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상호방위조약 초안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등 전략적 동맹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 사우디 고위 관리들과 만났을 때 (상호방위) 조약 초안이 거의 완성됐고, 대부분 조항에 대한 개념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복수의 양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테러리스트나 이란을 포함한 공동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무기 판매나 정보 공유 등을 강화하는 국방 협력 협정 초안도 작성 중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미국과 사우디 상호방위조약 초안은 미·일 안보조약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미국은 사우디가 공격을 받으면 방어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자국의 이익과 지역 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해 사우디 영토와 영공에 대한 접근권을 받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 관리들은 이번 조약 체결에 대해 “중국이 사우디에 기지를 건설하거나 안보 협력을 추구하는 것을 금지해 사우디를 미국과 더욱 긴밀하게 결속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미국이 1960년 일본과 안보조약을 체결한 이후 법적 효력을 갖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건 처음이며, 권위주의 국가와 이런 협정을 체결한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지난달 브리핑에서 “설리번 보좌관과 빈살만 왕세자 협상 때 중대한 진전이 있었고, 상호방위조약 체결 협상은 거의 최종 단계”라고 말했다.
미국과 사우디 간 방위조약 체결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사우디가 내건 전제 조건이었다. 이번 조약은 전략적 동맹 협정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비준할 수 있다. 결국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사우디의 분명한 약속이 연계되지 않으면 미 의회에서 충분한 지지를 얻기가 불가능하다고 WSJ은 전망했다.
사우디는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도 요구하고 있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이 협정 체결의 가장 큰 장애물로 떠올랐다.
WSJ는 “외교적 노력의 성공 여부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분리 국가에 대한 약속과 가자 지구의 전쟁 종식에 달려 있다”며 “이는 수개월 간 결실을 얻지 못한 휴전 회담이나 인질 구출을 위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가능성이 희박한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양국 관리들도 “가자지구 휴전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공식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휴전 없이는 광범위한 협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방위조약이 체결되면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역할을 공고히 할 수 있고, 사우디는 역내 위상을 강화하게 된다. 그러나 사우디와 역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될 위험도 있다.
WSJ는 “미·사우디 안보 동맹과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메가 딜’은 미국의 지정학적 승리를 의미한다”며 “이는 중동의 역사적 동맹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분석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