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홍콩 ELS 불완전 판매…투자손실 20∼60% 배상”

‘홍콩ELS 검사 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발표

▲ 지난 1월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에이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금융 감독 당국이 수조원대 투자자 손실을 빚은 ‘홍콩에이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 등이 이뤄진 정황을 확인하고, 금융사가 투자자들에게 투자 손실액의 20∼60%(다수 고객 기준)를 배상하라는 안을 내놓았다. 손실액 대비 배상비율이 0%~100%에 이르는 개별 고객 사례도 나올 수 있다. 2021년 1월 이후 판매된 이 파생결합증권 상품 계좌는 2023년 12월말 기준 총 39만5천개(개인 39만개, 법인 5천개, 은행 24만3천개, 증권사 15만3천개)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홍콩 이엘에스 검사 결과 및 분쟁조정 기준을 발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그동안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 금융 상품 제조·판매에 관한 법적 규제와 절차 등이 크게 강화됐지만, 이번 검사를 통해 이런 원칙과 취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다수 확인됐다”며 “억울하게 손실 본 투자자가 합당한 보상을 받으면서도 투자자 자기 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해 분쟁 조정 기준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서 올해 1월 초부터 2개월 간 케이비(KB)국민은행 등 11개 은행·증권사 현장 조사를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에이치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이엘에스 판매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18조8천억원으로, 이중 15조1천억원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홍콩에이치지수 급락으로 지난 1∼2월 이미 만기가 도래한 2조2천억원에서 투자 손실 1조2천억원이 발생했고, 올해 4조6천억원 규모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올해 만기를 맞는 투자자들의 누적 투자 손실률이 38.4%에 이르는 셈이다.


검사 결과, 금감원은 금융사 본사가 과도한 영업 목표를 정해 판매를 독려하고 정작 고객 보호는 뒷전으로 하는 등 무리한 실적 경쟁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본사 판매 시스템 부실 설계는 물론, 영업점 판매 창구에서도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 위반 등 불완전 판매가 발생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판매사 과실로 인한 투자 손실액 기본 배상 비율을 20∼40%로 정하고, 여기에 금융사의 내부 통제 부실 책임을 고려해 3∼10%포인트를 가중해 반영하기로 했다. 또 투자자의 금융 취약 계층 여부, 이엘에스 투자 경험과 수익 규모 등을 반영해 배상 비율을 최대 45%포인트까지 높이거나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이엘에스 투자 경험이 없고 5천만원 미만의 예·적금 가입을 원했던 80살 이상 초고령자에게 금융사가 적합성 원칙·설명 의무·부당 권유 금지 등을 위반해 상품을 팔았다면 투자 손실액의 75% 내외를 배상받을 수 있다. 반면 과거 이엘에스에 수십 차례 투자해 누적 이익이 손실액을 넘는 투자자의 경우 금융사 과실이 있더라도 배상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김미영 금감원 금융소보자보호처장(부원장)은 한겨레에 “은행 가입자를 기준으로 대부분의 투자자 배상 비율이 20∼60% 정도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전체 이엘에스 투자자의 61.4%(계좌 수 기준)를 차지하는 은행권 상품 가입자들이 투자 손실액의 평균 20∼60% 남짓을 배상받을 수 있으리란 얘기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 검사 결과와 분쟁 조정 기준안을 바탕으로 각 금융회사가 자율 배상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만약 금융사가 자율 배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대표 투자손실 사례 조사·검토 등을 거쳐 분조위가 판매사와 투자자 양쪽에 조정 결정안을 통보하게 된다. 그래도 한쪽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법정 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원장은 “홍콩 이엘에스 판매사의 고객 피해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을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과징금 등 제재 수준 결정시 참작할 방침”이라며 “이번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법적 다툼의 장기화 등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판매사와 투자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