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승진…“1등으로 퀀텀 점프”

이명희 총괄회장으로 총수 지위 유지

▲ 지난 1월15일 스타필드 수원을 방문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56)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6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된 지 18년 만이다. 정 신임 회장의 모친 이명희(81)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 총수(동일인) 지위를 유지한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정 회장을 중심으로 격변하는 시장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승진은 신세계그룹의 매출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고 신세계건설의 재무구조가 악화하는 등 그룹 안팎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그룹 주력인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천억원대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로 연결기준 첫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의 별도기준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어들었다.

쿠팡 등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게 신세계를 비롯한 토종 유통기업들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1조8천억원으로 이마트를 처음 추월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공세도 거세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경영진 물갈이 인사로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그룹 관계자는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어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했다.


정 회장은 삼성가 3세다.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막내딸이자 고 이건희 회장의 동생이다. 정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동갑내기 사촌지간으로 경복고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6년 부회장이 됐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이 2015년 경영에 뛰어들면서 ‘남매경영’ 체제를 지속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마트·식품·호텔 부문을, 정 사장은 백화점·면세점·패션 부문을 각각 맡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정유경 사장의 지위와 남매의 지분구조에는 변동이 없다. 현재 정 회장과 정 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하고,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씩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이 총괄회장의 지원 아래 정 신임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