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회장’ 정용진, 법적 책임 질 등기이사는 안 맡나

18년만에 신세계 회장 승진
“권한만 행사 안돼” 비판도
신세계 “총수는 무한 책임”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56)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8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의 필요성’을 내세웠지만, 정작 법적으로 경영에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는 맡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재벌 총수가 권한만 행사하고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 식이어서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1일 논평을 내어 “정용진 회장은 그간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등 책임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경영 위기가 초래된 것”이라며 “본인도 이사회 참여를 통해 책임경영을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자료를 보면, 지난 5년, 10년간 이마트 주가는 각각 59%, 70% 하락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가 각각 23%, 37% 상승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포럼은 “와이너리, 골프장, 야구단, 스타벅스코리아 등 본업과 무관한 인수·합병의 후유증”이라며 “그 결과 신용평가사들이 작년 말 이마트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정용진 회장은 2013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앞서 2012년 경제개혁연대는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해 정 회장 등 신세계·이마트 임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2014년부터는 등기임원을 대상으로 상장사 임원 보수 공개가 예정된 때였다. 정 회장은 이때 물러난 뒤 11년째 비등기 임원으로 있으면서 그룹 경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올해 주주총회에도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28일 주총을 여는 이마트는 한채양 이마트 대표와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겸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 등 전문경영인들만 각각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사내이사는 기업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경우 회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상법 401조의2는 명예회장·회장 등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명칭을 사용해 회사 업무를 집행한 자도 ‘이사’로 볼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책임을 묻기 위해선 권한을 입증해야 하는 등 한계가 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용진 회장의 신세계는 다양한 위기 요인을 정면돌파할 강한 리더십을 운운하면서도 법적 책임없이 전권을 행사하겠다는 ‘무책임 리더십’으로 우리 재벌체제의 기형적 구조를 답습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대주주인 총수는 등기임원 등재 여부에 관계없이 그룹 내 모든 문제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다”고 했다.

이마트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정 회장 뿐만 아니라 신세계백화점 지분 18.56%를 보유한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 이마트 지분 10%를 보유한 이명희 총괄회장 역시 등기임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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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