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가자지구…뼈만 남은 10살 소년 결국 숨졌다

▲ 영양실조로 사망한 가자지구 소년 야잔 카파르네.
깡마른 몸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으로 가자지구의 비참한 상황을 증언했던 10살 소년이 결국 사망했다. 구호 단체들은 가자지구에서 영양실조로 인한 주민들의 죽음의 행렬이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경고한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양실조 상황 속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이던 가자지구의 10살 소년 야잔 카파르네가 지난 4일 숨졌다. 야잔의 사진은 앞서 SNS 등에서 확산하며 가자지구의 열악한 식량 상황을 세상에 전한 바 있다.


특히 야잔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에 따르면 전쟁 전에는 비영리단체가 파견한 물리치료사의 자택 치료와 약물 덕분에 걷지는 못했지만 수영은 할 수 있게 될 정도까지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었다고 한다. 야잔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아침 식사로 계란과 바나나를 준비하는 등 영양가가 높은 식단을 짰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야잔의 가족이 피란길에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야잔에게는 부드러운 고영양식이 필요했지만 피란 중에는 이를 구할 수 없었다. 야잔의 가족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알아우다 병원에 도착했지만 야잔은 이곳에서 숨을 거뒀다. 영영 부족으로 면역 체계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영양 부족은 야잔 가족의 일만은 아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가자지구 보건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어린이와 노인 등 20명이 굶주림과 탈수를 겪으며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미 전쟁 전부터 가자지구 주민들은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유엔은 전쟁 전 가자지구 주민 약 120만 명이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당시에도 가자지구의 5세 미만 아동의 약 0.8%가 급성 영양실조 상태였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약 5개월간 이 수치는 악화했다. WHO는 지난달 가자지구 북부의 2세 미만 아동 중 약 15%, 남부는 5%가 급성 영양실조 상태라고 발표했다. 아델 호도르 유니세프 중동 국장은 "이 비극적이고 끔찍한 죽음은 인간이 만든 것이며, 예측할 수 있고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