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리딩방 '범죄단체' 처벌 추세... "돈 돌려받을 방법도 찾아야"

불법 리딩방 유죄 70%, 3년형 이하
최근 범죄단체 취급, 형량 강화
"역량 낭비 없게 집중 수사해야"

▲ 게티이미지뱅크
불법 리딩방 등 금융범죄 단속을 정부가 강화하면서 법원 형량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사기 일당이 범죄수익을 탕진하거나 숨기는 경우가 많아 가장 중요한 피해 회복은 어려운 실정이다.

3일 한국일보가 법률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엘박스의 도움을 받아 2019~2023년 불법 리딩방 관련 유죄판결 사건 62건, 피고인 168명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 2, 3년 징역형이 56명(44.6%)으로 가장 많았다. 벌금형 6명과 집행유예 선고 16명을 포함하면 3년형 이하가 전체의 71.4%였다. 형량이 높은 피고인은 사기 전과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 법률 AI 스타트업 엘박스 도움을 받아 불법 리딩방 사건 62건 피고인 168명 형량분석을 한 결과.

주목할 부분은 최근 들어 리딩방 조직을 '범죄단체'로 묶어 강하게 처벌하는 판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서울중앙지법은 불법 리딩방 사기 일당 14명을 범죄단체로 보고 이 중 주동자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했다. 11월 수원지법은 리딩투자 사기 일당 8명 중 주동자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두 사건 모두 단순 가담자도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형이 내려졌다. 한 법조인은 "금융범죄에 길면 수백 년형을 선고하는 미국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최근 리딩방 피해 규모가 워낙 크고 사회문제가 되다 보니 과거보다 기소부터 판결까지 더 적극적인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처벌과 별개로 한순간에 전 재산을 잃은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사실상 마땅치 않다. 보이스피싱과 달리 리딩방 투자 사기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어야 은행에 지급정지 요청이 가능한데,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미 사기 일당이 자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 민사소송을 진행할 순 있지만 투자금 전액을 받아내기 어려운 데다 시간과 비용 때문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소비자연맹이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딩방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리딩방을 통해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자(107명)의 절반 이상(57.9%)이 직후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투자 사기 사건 전문가인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이나 해외 결제 피해는 은행이 이상 신호를 감지하면 즉각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 반면 리딩방 투자 사기는 그런 제도가 없어 사기꾼들이 범죄수익을 손쉽게 빼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금융당국과 은행이 투자 사기에 쓰이는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저마다 의뢰하는 전국 각지 관할 경찰서에서 분절적으로 수사가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한 변호사는 "사기꾼이 잡혀서 재판도 진행되고 보상도 일부 이뤄졌는데도 피해자 중 상당수가 이를 모른다"며 "수사 역량도 낭비되는 만큼 특정 수사관서에서 집중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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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