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물량공세하던 中 아냐"…공포의 '차이나쇼크' 시즌2

中 개혁개방·WTO가입으로 '1차 쇼크'
전세계 물가 하락하고 일자리 사라져
2차 쇼크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무장
휴대폰·배터리·전기차 등 "질적으로 달라"
中 성장세도 둔화돼 해외시장에 눈독
"고령화·보호무역이 디플레 막을것" 반론도

값싼 중국산 제품이 전세계 시장을 뒤덮는 '차이나 쇼크'가 2000년대 초에 이어 또 한번 찾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번에는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무장해 충격의 정도가 이전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가 공산품서 반도체·배터리로 고도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중국이 경제성장을 되살리기 위해 수출을 2배로 늘리면서 '차이나 쇼크'의 속편이 제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이나쇼크는 중국이 1990년대 개혁·개방 정책을 펴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전세계 무역 시장에 발생한 구조적 변화를 말한다.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 각국에 수출되며 소비자 물가가 하락했지만, 동시에 기업들이 노동비용이 낮은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며 국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런던정경대 하비에르 사라벨 경제학과 교수의 2019년 논문에 따르면 중국 수입품의 시장 점유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미국 내 상품 소비자물가는 2% 하락했다. 가격 경쟁력에 밀린 미국 국내 공장은 문을 닫거나 중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비드 오터 메사추세츠 공대의 2016년 논문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1년 사이 중국산 물품이 수입되면서 미국 내 일자리는 200만개 이상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2차 차이나쇼크는 이전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경제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우선 1차 차이나쇼크가 저부가가치 상품 수출로 인한 충격이었다면, 이번에는 자동차, 배터리, 가전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전세계 시장에 쏟아진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전략이 점차 현실화면서 CATL 배터리, 샤오미 스마트폰, 비야디(BYD) 전기차 등은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수출 대수는 2018년 89만1000대에서 지난해 491만대로 4.5배 증가했다.

오터 교수는 "중국이 자동차, 반도체, 복합기계 등 기술 리더십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선진국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2차 차이나쇼크에 대한) 우려는 더욱 근본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중국 경제의 성장세다. 중국은 2000년대초 매년 국내총생산(GDP)이 10% 내외로 늘어나는 고속성장의 시기를 거쳤다. 그러나 2010년 이 수치가 꺾이기 시작했고 2022년에는 3.0% 성장하는 '저성장' 시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부동산 위기로 내수 경기가 꺾이면서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도 가속화하고 있다. 가베칼 드라고노믹스의 토마스 개틀리 중국 전략가는 "중국이 글로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의 균형이 디플레이션 방향으로 더욱 분명하게 기울고 있다"고 평가했다.


'차이나 쇼크'가 2000년대 초처럼 물가 하락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선진국 인구 고령화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영국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는 2020년 발간한 책 '인구 대역전'에서 아동, 노인 등 피부양자는 물가 상승 요인으로, 노동가능인구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자는 상품을 생산하지 않고 소비하는 반면 후자는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기 때문이다. WSJ은 "선진국의 인구 고령화와 지속적인 노동력 부족은 중국이 가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유럽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도 '2차 차이나쇼크'의 여파가 크지 않으리라고 보는 배경 중 하나다. 2000년대 초와 달리 서방 세계는 중국을 주요 지정학적 라이벌로 평가하고 견제 정책을 펴고 있다. 유럽연합(EU)는 지난해 9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부당한 보조금 지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미 대선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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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