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0대 채무조정 신청 최다
생활비·주택자금 마련에 허덕
“재테크 시도하다 빚” 39% 늘어
파산을 앞두고 빚 조정을 요청한 40대가 지난해 4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 부족과 주택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빚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경우가 가파르게 늘었다.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경제 허리’로 꼽히는 40대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2023년 연령별 채무조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채무조정 신청자 수는 18만4867명으로 전년(13만8200명)보다 33.8% 증가했다. 채무조정은 카드대금이나 대출금 등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자의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채무를 감면해 경제적인 재기를 돕는 제도다. 최근 5년간 채무조정 신청자 수 증가율이 30%를 넘은 건 처음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도 전년 대비 증가율이 12%에 못 미쳤다.
특히 지난해 40대에서 5만3294명이 빚 부담 조정을 요청했다. 전년의 3만8486명보다 38.5% 급증한 것으로, 60대 이상(33.0%) 20대(32.2%) 30대(31.8%) 50대(32.0%) 등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채무조정이 확정된 경우도 40대는 4만8813건으로 43.1% 늘었다.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 등 여파로 빠르게 늘어난 2030세대의 채무조정 증가 속도를 단번에 추월한 셈이다.
채무조정 신청자들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생계비 충당’이었다. 2022년 40대가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유 중 생계비를 꼽은 경우는 3만1952건이었지만 지난해엔 5만105건으로 2만건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돌며 생활고를 높였음을 보여준다. 60대 이상(59%)과 50대(54%) 30대(47%) 20대(36%)에서도 생계비를 빚 부담 사유로 꼽은 경우가 크게 늘었다.
고금리 시대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해 마련한 주택 구입 자금도 빚 부담을 키웠다. 주택자금을 채무 발생 사유로 꼽은 40대는 지난해 2336명으로 2022년(1533명)보다 50% 이상 늘었다. 30대도 지난해 2001명이 주택자금을 채무조정 이유로 꼽았다.
가상화폐와 테마주 열풍 등에 투자에 나섰다 실패해 빚 조정에 나선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동안 ‘빚투’에 따른 채무조정이 20, 30대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40대도 크게 늘었다. 40대 채무조정 신청자 가운데 재테크를 시도하다 빚을 떠안게 됐다고 응답한 이는 2208명으로 전년(1591명)보다 39% 증가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소득이 부족해 재테크에 나선 중장년층이 느는 데다 지난해엔 경기도 안 좋아 생활비 해결이 안 되는 이들이 파산 직전까지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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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