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금속제품 제조업·금융보험업에 부정적 영향
평균기온 1℃ 상승시 도소매업·부동산업에 피해
지역별로 제주·경남 2~3%대 피해
최근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몰리는 가운데 연 총강수량이 1m 증가할 경우 지역내총생산(일인당 기준) 성장을 2.54% 하락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18일 발표한 ‘BOK경제연구-국내 기후변화 물리적리스크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국내 기후 조건을 반영해 피해함수를 추정한 결과, 연 총강수량 증가는 지역내총생산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업별로 연 총강수량 증가 관련 리스크 영향을 살펴보면, 실외에 노출된 생산활동이 많고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상당히 받는 건설업(-9.84%)과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 제조업(-6.78%), 금융 및 보험업(-3.62%) 등에서 실질 부가가치의 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지원 한은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부동산업의 경우 에너지 사용 등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하고 도소매업도 재고 유지비용, 직간접적인 재고자산 피해, 상품 운송 등 공급망에 영향을 받는다”며 “금융업 또한 건물이나 차량에 침수 피해가 있을 때 보험료 청구가 증가하거나, 보험료를 받지 못했을 때 그 손실이 금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가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농업·임업·어업 또한 총 강수량이 1m 상승할 때 15.93%로 가장 높은 수준의 부정적 한계효과가 나타났다. 농업의 경우 호우특보, 대설특보 등 과수작물의 생산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고 강수량이 증가해 조업시설 피해확률과 산사태 등 위험 가능성에 조업 가능한 시간이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 강수량 관련 추이를 살펴보면, 연평균 강수량은 전국에 기상관측망이 설치된 1979년 당시 1039mm였지만, 2020년에는 1630mm로 증가한 바 있다. 연평균 강수량의 변동폭은 최저 754mm(1939년)에서 최고 1756mm(2003년)로 연도별로 큰 편차를 보이며, 변동폭 또한 증가 추세다.
연평균 기온 상승 또한 일부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평균기온 상승은 주로 서비스업의 실질 부가가치 성장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평균기온 1℃ 상승시 도매 및 소매업(-1.85%), 부동산업 (-1.73%) 등에 피해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가 산업별 피해함수 추정치를 바탕으로 연 평균기온과 연 총강수량이 실질 부가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기후변화 영향이 5년 간 누적되는 상황을 가정해 국내 산업별 및 지역별 기후변화 물리적리스크 영향을 각각 평가해 본 결과도 비슷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4.90%) ▷부동산업(-4.37%) ▷섬유 의복 및 가죽제품(-2.53%)과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1.76%) ▷금융 및 보험업(-1.13%)에서 피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위도상 남쪽에 위치하거나 도시화 및 산업화 비중이 높은 지역인 ▷제주(-3.35%) ▷경남(-2.39%) ▷대전(-1.54%) ▷부산(-1.31%) ▷대구(-1.03%) ▷인천(-0.93%) ▷울산(-0.88%) ▷서울(-0.75%) 등에서 피해 영향이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에 따라 국내 기후조건이 다변화해 현재까지 관측된 중간값보다 더 높은 수준의 평균기온과 총강수량 증가가 나타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홍수, 가뭄, 산불 등 급성 리스크로 인한 직접적 피해 영향에 대한 예측은 포함하고 있지 않아 이를 고려할 경우의 피해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탄소 중립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 과장은 “지역별 기후리스크 피해 영향 평가는 거시 경제의 장기 성장 관점에서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적응적 대응과 이를 뒷받침하는 재원인 적응 금융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관심이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물리적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근본적으로는 탄소 중립에 대한 노력이 필수적이며, 기후 위기 적응은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한 축이라는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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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