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가입이라면 변동 주기 가능한 짧게"
파월, 금리 피벗 시사...은행채 급락 여파
내년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 현재 고정금리보다 1%포인트(p)가량 높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어 차주들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긴축 종료 의사를 내비치자 한국 금융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한국의 금리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3%대에 진입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이날 기준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금리를 적용 뒤 변동금리로 바뀌는 상품) 고정금리는 연 3.81~5.23%로 집계됐다.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이 연3%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이다.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85~6.33%로 집계됐다. 3개월 전인 지난 9월 19일 4.56~6.00%였던 변동금리는 오리혀 0.29%p 상승한 것이다. 고정금리 하락 하락 국면 변동금리가 오르면서 금리차이는 1.10%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기 고정금리는 변동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이자 부담을 우려한 차주(대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가 고정금리 상품에 몰리기 때문이다. 5년 동안 금리 변동이 있어도 고정으로 일정액 이자만 납부하면 되는 고정금리 상품 선호도가 올라간다.
지난 13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3일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있었다. 금리는 정점을 찍었거나 근처에 다가갔다”며 ‘금리 피벗’을 시사하자 국내 은행채 금리(5년 만기)는 연 3%대로 급락했다. 이는 지난 5월 22일 연 3.955% 이후 7개월 만이다.
은행채 금리 인하는 주담대 고정금리 인하 경쟁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0일 4.41%였던 농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최저금리 하단은 이날 3.46%로 떨어졌다. 신한·하나은행도 0.4%p 가량 내렸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4.33%에서 3.75%로 0.58%p 하락했다.
최근 변동금리는 은행의 예금금리가 상승에 따라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은행권은 늘어난 조달 비용을 주력 대출상품인 주담대에서 회수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4.00%로 3개월 연속 올랐다.
하지만 차주들은 고정금리보다 1%p 가량 비싼 변동금리 상품을 찾고 있다. 당장의 이자 부담을 견디면 내년 금리 인하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신규 주담대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취급액 기준)은 67.2%에 달한다. 이는 전월(75.2%) 대비 8.0%p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11월(65.0%)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 주담대를 쓰고 있는 차주들도 내년 여름께 금리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변동금리로 갈아탈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로 대출을 받는 경우 처음부터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변동금리 산정 주기를 3~6개월 수준으로 가능한 짧게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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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