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10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잠비아에서 올해 5월 탄저병 인간 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된 후 지난달 20일까지 684건의 의심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중 사망자는 4명이다. 남부 시나종웨 지역에서 시작돼 10개 주(州) 가운데 무려 9개 주에 모두 번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잠비아에서 대규모 의심 사례가 발생한 건 2011년 511건이 보고된 이후 12년 만이다.
WHO는 “잠비아와 그 주변국은 동물과 사람의 이동이 빈번한 곳인 만큼 앙골라, 보츠와나, 콩고민주공화국, 말라위 등 인접국도 감염 확산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동물 사체가 매장 등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강물 등을 따라 떠내려가면서 주변국 확산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탄저병은 인간과 동물이 모두 걸릴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이다. 보통 치사율이 약 5~20%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95% 이상으로 높아지는 무시무시한 병이다. 따라서 감염 초기 24~48시간 이내에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소, 양, 염소 등 반추 동물이 탄저균에 감염되고 이 동물들을 사람이 접촉하거나 날로 먹었을 때 전염된다.
탄저균이 들어오는 경로에 따라 호흡기 탄저병, 피부 탄저병, 위장관 탄저병으로 구분된다. 피부 가려움증에서 검은 피부 궤양으로 발전하는 피부 탄저병이 흔하다. 특히 폐에 발생하는 탄저병은 감기 증세를 보이다 호흡곤란과 쇼크로 빠르게 진행되기도 한다. 이 경우 치사율은 약 92%로 알려져 있다.
WHO는 “인간 감염이 의심될 경우 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균 노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예방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탄저병 발병국을 방문하는 해외 여행객은 동물성 제품이나 기념품 반입에 관한 규정을 숙지하고, 발병 지역 부근에서 동물이 예기치 않게 죽은 사례를 봤다면 당국에 신고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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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