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주 개발 심장’서 정상회담 진행
우크라와 전쟁 길어져 탄약 필요한 러시아
위성발사 두번 실패한 北…성공 절실한 상황
무기·우주협력 포함 다양한 의제 논의할 듯
이날 오후 1시쯤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며 짧은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다시 러시아를 방문하게 돼 기쁘다”며 “전 세계 공중보건 위기 이후 첫 해외 방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은) 북러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중시하는 조선노동당과 북한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왜 블라디보스토크보다도 한참 북쪽에 위치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을까.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 우주 개발의 역사가 쌓여있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기지를 대체하기 위해 2018년 새롭게 완공한 곳이다. 한국 나로우주기지의 100배 이상되는 규모로 21세기 러시아 우주 개발 사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옛 소련 시절 우주대국 위상을 되찾으려는 러시아는 2016년 위성을 실은 소유즈 로켓을 이곳에서 발사했으며 지난달에는 달 탐사선도 쏘아올렸다. 하지만 탐사선이 달 표면에 추락하면서 47년 만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우주기지로 초청한 것을 두고 “전 세계에 러시아의 우주 탐사 야망과 로켓 발사 능력을 과시하면서 자국 우주 개발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려는 것일 수 있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의 이러한 의도는 우주 기술 협력이 절실한 북한의 필요와도 맞아 떨어진다.
북한은 올해 들어 정찰위성 발사에 두 차례나 실패했고 다음 달 재발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드시 성공이 필요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러시아 우주기지에 방문했고 정찰위성 개발 책임자인 박태성 과학교육비서(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가 동행했다. AP통신은 이를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위한 북한의 노력이라고 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만남 장소와 목적이 우주 협력에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3일 김 위원장과 재회해 나눈 짧은 인사에서부터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우주기지에서 회담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위원장과 무기 공급에 대해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문제에 관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답했다.
회담에 앞서 WP는 “서방에 의해 점점 더 고립되고 있는 두 남자의 만남은 그들 관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으로 빠르게 감소하는 탄약 등 재래식 무기를 김 위원장에 요청하고, 김 위원장은 북한의 최우선 과제인 우주 기술에 대해 얘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안내로 우주 발사장을 둘러봤으며 이후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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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