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스페인 공주 군입대…“여성이 최고통수권자 될 것”

왕위 계승 서열 1위 레오노르 3년간 군사훈련

▲ 스페인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레오노르 데 토도스 로스 산토스 데 보르본 오르티스 공주(17)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사라고사의 육군 사관학교에서 1년 동안 훈련을 받는다. 이후 해군, 공군 사관학교에서 각각 1년간 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스페인 왕실 누리집 갈무리
군복을 입은 스페인의 한 10대 여성이 머리를 뒤로 묶은 채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유일한 액세서리는 디지털 시계뿐이다. 그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에는 보르본 오르티스 생도라고 새겨져 있다.

스페인 왕실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누리집에 공개한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레오노르 데 토도스 로스 산토스 데 보르본 오르티스(이하 레오노르) 공주(17)의 모습이다. 그는 앞으로 3년 동안 군사 훈련을 받는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레오노르 공주가 11명의 다른 여군들과 공동 화장실과 샤워 시설을 갖춘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레오노르 공주의 유일한 개인 공간은 책상과 찬장뿐이다.


레오노르 공주는 이날 육군 사관학교에 입교했다.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와 레티지아 왕비, 여동생 소피아는 레오노르 공주를 학교 입구에서 배웅했다.

레오노르 공주는 기자들과 만나 “큰 열정으로 올해를 맞이하고 있다”면서도 “조금 긴장된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펠리페 6세는 “이제 레오노르 공주의 차례”라며 “우리는 레오노르 공주를 많이 지지한다. (입교) 첫날은 힘들겠지만 레오노르 공주는 노력과 인내심으로 통과할 것”이라며 딸을 응원했다.

앞서 영국 웨일스의 유더블유시(UWC) 애틀랜틱 컬리지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그는 이번달부터 육군 사관학교에서 1년 동안 훈련을 받는다. 그 뒤 후안 세바스티안 엘카노 훈련선을 타고 항해하는 과정을 포함해 북서부 갈리시아의 해군 사관학교에서 1년 동안 훈련을 받는다. 이어 북동부 무르시아의 공군 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마치면 레오노르 공주는 3년간의 육·해·공 군사 훈련을 모두 마무리한다.


공주의 아버지도 왕에 오르기 전 군사훈련을 받았는데, 국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왕족은 군사 훈련을 받는 게 관례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월 레오노르 공주의 군사 훈련을 발표하며 현재 군대에 입대하는 많은 젊은 여성 가운데 한명일 뿐이라고 말했다. 로블레스 장관은 “스페인 왕실은 다른 의회군주제 국가와 마찬가지로 레오노르 공주가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향후 우리의 군 최고통수권자는 여성이 될 것이며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여성들의 입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스페인은 2002년부터 모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레오노르 공주는 필리페 6세의 장녀다. 남자 후계자가 태어나지 않는 한 왕위 계승 서열 1위다. 그가 예정대로 왕위를 이어받는다면 이사벨 2세 이후 약 200년 만에 스페인 여왕이 탄생한다.

공주가 군사 훈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필리프 벨기에 국왕의 장녀로 왕위 계승 1순위인 엘리자베스 공주(21)도 지난 2020년 8월 왕립 육군 사관학교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다. 벨기에는 아들만 왕위를 물려받는 장자 상속 우선 원칙을 폐지한 1991년부터 첫째 자녀가 성별과 무관하게 왕위에 오른다. 엘리자베스 공주가 왕위를 계승하면 벨기에 최초의 여왕이자 여성 육군 총사령관 칭호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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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