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집권’ 캄보디아 훈센 총리 사의... 장남에 권력 넘긴다

▲ 26일(현지 시각) 사임을 선언한 캄보디아 훈센(왼쪽) 총리와 후계자로 지명된 장남 훈 마넷(45)
38년째 캄보디아를 철권 통치해온 훈센(70)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26일(현지 시각) CNN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3주 후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장남 훈 마넷(45)이 새 정부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훈 마넷이 다음 달 10일 국왕의 총리 지명과 다음 달 22일 국회 표결을 거쳐 새 총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발표는 훈센이 이끄는 집권 ‘캄보디아 인민당(CPP)’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앞서 CPP는 지난 23일 실시된 총선에서 전체 125석 가운데 120석을 휩쓸었다.

훈센의 권력 이양은 예고된 일이었다. 앞서 2021년 12월 훈센이 후계자로 지명한 장남 훈 마넷을 CPP도 차기 총리 후보로 확정했다.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훈 마넷은 뉴욕대 석사, 영국 브리스톨대 박사 출신이다. 지금은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이자 육군 대장, 집권당 CPP의 중앙위원회 상임위원도 맡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CPP 선거운동을 총지휘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훈 마넷은 아버지와 달리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외교적 매너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다만 훈 마넷이 캄보디아의 권위주의 통치를 바꾸고 새 시대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는 낮다. 서구식 교육을 받긴 했지만, 아버지와 자신이 가진 절대 권력을 내려놓고 민주화와 현대화를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훈센이 총리에서 물러나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할 전망이다. 그는 “집권당의 수장이자 국회의원으로는 계속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AP는 “훈센 총리는 캄보디아 국정에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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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