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새마을금고, “돈 빼야 하나”… 불안감에 지점 달려온 예금주들

동부금고, 600억 대출 부실에 폐업 후 합병
돈 빼려는 예금주 몰려…직원들 “믿어 달라”
행안부, 부실 우려 금고 100곳 특별 점검

경기 남양주시 호평동에 사는 김영석(66)씨는 4일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옛 평내새마을금고·동부금고) 본점을 찾아 가입한 상품을 해지하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새마을금고) 직원은 안전하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다 돈을 빼버리면 도미노 현상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나는 것을 못 막지 않겠느냐”면서 “아내 명의 통장도 해지해 다른 시중은행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동부금고 주차장은 영업이 시작되는 오전 9시 전부터 자동차가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이 지점 우측에는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화도새마을금고로 새롭게 출발합니다’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붙었다. 왼쪽에 있는 365코너 앞에 붙은 종이에는 ‘합병에 대해 이의가 있는 채권자는 7월 22일까지 서면으로 신고해 달라’는 합병 공고가 붙었다.

지점 앞을 지나가던 주민들은 모여든 예금주들과 현수막 등을 보고 연신 “무슨 일이냐”라며 물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지점에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람이 몰린 것은 동부금고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동부금고는 대출 부실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총자산 약 3200억원, 당기순이익 20억원을 기록했던 우량금고였고, 많은 지역 주민이 돈을 맡긴 곳이었다.


새마을금고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동부금고의 대출 부실은 지난 3월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대출 연체율이 갑자기 치솟자 이사장이 중앙회에 진상 파악을 요청했고, 중앙회 감사 결과 600억원 규모의 대출 채권 부실이 밝혀졌다. 새마을금고 직원 출신의 사업가 A씨가 경기 가평에 대규모 전원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이 금고에서 거액을 빌렸는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결국 대출 부실로 이어진 것이다.

새마을금고는 회수가 어려운 약 130억원의 악성채권은 중앙회가 인수하고 동부금고는 같은 지역의 화도새마을금고에 오는 22일 합병하기로 했다. 동부금고의 전무와 대출팀장 등 부실 대출 관련자는 파면됐다. 새마을금고 측은 이들에 대한 형사 고발을 준비 중이다.


이날 동부금고 본점(화도·평내지점)으로부터 1㎞ 정도 떨어진 호평지점에도 영업 시작 1시간 만에 50명이 넘는 고객이 몰렸다. 예상 대기 시간만 2시간을 넘어섰다. 고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뉴스에서 이 지점이 폐업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왔다”, “한 푼이라도 이자 많이 주는 곳에 넣은 건데 무슨 난리냐”는 등의 우려 섞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새마을금고 직원들은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자금 인출을 막는 데 안간힘을 썼다. 5~6명의 고객들이 일제히 “계속 돈을 맡겨도 괜찮은 것 맞느냐”고 묻자, 이 지점에서만 20년을 넘게 일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직원이 나와 “파산이 아니라 합병이 됐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고 설득했다. 일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대기표를 손에 꼭 쥔 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호평동에 사는 박금례(여·76)씨는 “(예금자보호 한도가 넘는) 9000만원을 넣었는데 지점장도 괜찮다고 하고, 아들도 안심하라고 했다”면서도 “너무 불안해 아침 일찍부터 새마을금고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두 지점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었다. 새마을금고가 군인 등 젊은 층을 겨냥한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던 지난해 가입한 것으로 보이는 20~30대 고객도 몇 명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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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