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미 군사전문매체 워리어메이븐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싸우기 위해 2차 대전 당시 도입된 탱크 T-55를 보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구식 탱크를 대규모 무인 폭발물로 개조해 공격에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텔레그램을 통해 폭발물을 가득 채운 탱크로 우크라이나 요새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탱크에는 TNT 약 3.5톤과 FAB-100폭탄 5발이 적재됐다고 한다. FAB-100폭탄은 100kg의 폭약을 내장한 항공 포탄이다.
콜사인이 ‘베르나울’인 러시아 전차부대 사령관은 자신이 자폭 탱크 공격을 지휘했다며 “많은 폭발물이 실려 있었고 큰 폭발이 일어났다. 무선 감청에 따르면 적군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격 당시 “적으로부터 약 300m 떨어진 곳에서 조종병이 탱크를 수동으로 돌려 적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한 후 뛰어내려 뒤로 달려갔다. 나는 뒤에서 관찰하다가 탱크가 적진에 접근했을 때 무선조종으로 폭파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친러시아 성향의 한 군사블로거도 같은달 18일 러시아군의 자폭 탱크 공격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다만 그가 공개한 영상 속 자폭 탱크는 우크라이나의 대전차지뢰를 밟고 공격에 실패한 모습이다. 이 영상을 보면 해당 탱크는 우크라이나 진지로 향하던 중 지뢰를 밟은 듯 폭발과 함께 연기에 둘러싸인다. 이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아 탱크는 큰 폭발을 일으킨다. 이에 대해 블로거는 “도네츠크 마린카에 ‘가미카제 탱크’가 보내졌다”며 “불행히도 이는 지뢰를 밟고 폭파됐다”고 설명했다.
자폭 탱크 공격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T-55는 2차 세계 대전 종전 직후인 1948년부터 소련이 사용하기 시작한 탱크다. CNN은 해당 탱크가 “너무 오래돼서 박물관에서나 찾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탱크는 사격통제시스템이 없어 사격이 까다롭고, 야간 사격 시에는 적외선 장치가 따로 필요하다.
워리어메이븐은 러시아군이 이같은 구식 탱크를 원격 폭발물로 개조해 공격에 동원한 것과 관련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저항세력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테러 전술”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자폭 탱크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 “러시아군이 사용 가능한 탱크의 절반을 잃었거나 T-72, T-90과 같은 주력 탱크들이 우크라이나의 대전차무기와 전술에 의해 대량 파괴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문가들도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러시아군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공격이 나왔다고 봤다. 호주 국제사이버정책 센터의 네이선 루저 연구원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강력한 군대로 여겨졌던 러시아군이 16개월의 전쟁 뒤에 이슬람국가(IS)의 전술을 모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차량 탑재 급조폭발물(VBIED) 전문가 휴고 카만은 “차량 폭탄은 주로 적의 중장비 등을 파괴할 수 있는 공군의 기술력이 부족한 부대에서 사용한다”며 “러시아는 강력한 공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그들을 전장에서 내쫓아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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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