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랑 아디다스보다 더 인기”…소비자 사로잡았다는 PB

아마존 PB브랜드만 90여개
PB 관련 매출만 1조원 수준

가성비와 품질을 무기로 한 PB(자체브랜드) 상품 개발에 힘을 쏟는 것은 전 세계 유통기업에게 익숙한 얘기다. 글로벌 최대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은 의류·잡화, 화장품, 헬스케어, 식음료 등 전 품목에 걸쳐 수십여개의 PB 브랜드를 잇달아 내놓으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11일 미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아마존은 PB 브랜드를 최근 90여개까지 대폭 늘렸다. 현재 공식적으로 PB 브랜드 수를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2020년 공개된 45개 수준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아마존의 PB 제품은 식료품과 공산품 등 구매 가능한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PB 제품 개수만 7000여개로 추산되며, 꾸준히 상품의 개수를 늘려가고 있다.


의류 카테고리에서 높은 판매비중을 차지하는 ‘아마존 에센셜’은 아디다스와 나이키, 캘빈클라인 등 주요 브랜드를 이미 넘어섰다. 특히 속옷이나 스포츠웨어 판매 비중이 높다. 2009년에 출시한 문구와 배터리 등 전자제품 브랜드 ‘아마존 베이직스’도 있다. 아마존 베이직스의 건전지에는 40만 개가 넘는 리뷰가 달려있는데, 이는 유명 건전지 브랜드 듀라셀의 리뷰가 10만여개 미만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생활용품 브랜드인 ‘아마존 엘리먼트’, 식품 브랜드 ‘해피 밸리’를 비롯해, 화장품 브랜드 ‘패스트뷰티컴퍼니’와 기저귀 브랜드 ‘마마베어’까지 모든 카테고리를 막론한다. PB 매출은 아마존 전체 매출의 1% 안팎으로 전해진다. 다만 올해 1분기 아마존 매출이 1273억달러(약 170조5000억원)로, 분기마다 100조원대 매출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PB 매출 역시 ‘조 단위’로 관측된다.

이처럼 꾸준히 PB상품의 파이를 키워온 아마존이지만, 지난해에는 PB사업 철수까지 고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마존이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PB제품의 오픈마켓 최상단 노출을 지원하고, 입점 업체의 매출액 등 비공개 데이터를 활용해 PB제품을 개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플랫폼 독점 논란에서 비롯한 빅테크 규제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의 미래 성장 동력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 정부의 정책방향은 ‘규제완화’로 바뀌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분위기에서 PB상품의 인기는 꾸준히 커졌고, 아마존도 이전처럼 PB 확대 전략을 다시 띄우고 있다. 현재 대표 PB상품인 ‘아마존 베이직스’의 건전지로만 매달 수천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이커머스 업계서 아마존을 바짝 뒤쫓고 있는 월마트는 오프라인 강점을 바탕으로 한 식료품 분야에서 온라인 PB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월마트는 식료품 분야에서 온라인 PB 점유율 46.3%로 과반에 가깝다. 아마존 12.8%, 타겟 9.6%, 크로거 8.3% 등을 훨씬 웃돈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식료품의 배송·픽업 거점으로 사용하는 ‘옴니채널’ 전략으로 온라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신쉔’를 필두로 하는 PB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구, 침구류, 주방용품 등을 판매하는 일종의 ‘중국판 이케아’다. 유럽에서는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온라인 PB 시도가 한창이다. 영국의 럭셔리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파페치는 지난 2021년 PB 라인 ‘데어워즈원’을 출범했고, 젠테스토어 역시 오는 2024년께 PB 브랜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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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