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5천만으로 서울 아파트 살수 있다?...무려 118대1 경쟁률 기록했다는데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려면 월급을 얼마나 오래 모아야 할까요. 국토교통부가 작년에 평균을 낸 자료에 따르면 무려 14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살수 있다고 합니다. 소득에 비해 턱없이 높은 집값에 청년 세대의 좌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놨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반값 아파트’ 정책이다. 최근 서울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되며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반값 아파트란?
사실 반값 아파트라는 건 별치미다. 공식 명칭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보통 우리가 아파트를 사면 건물은 물론 그 밑에 땅에 대한 소유권도 갖게 된다. 아파트 가격 안에 건물과 땅 가격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값이 비싼 건 결국 서울 땅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여기서 서울시가 아이디어를 하나 낸다. ‘땅 말고 건물만 팔면 싸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땅값이 빠지니까 반값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토지 소유권이 없다보니 반쪽 아파트란 지적도 나온다. 땅을 빌려 쓰는 거기 때문에 매달 토지 임대료를 내야하기도 한다.


이 제도는 기본적으로 주거 복지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중에서도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물량이 많다. 자산이 별로 없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는 취지가 느껴진다. 구체적인 신청 자격은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참고하면 된다.

◇ 실제 사례는?
최근 공사가 시작된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땅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갖고 건물만 분양한다.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 만에 서울에 공급되는 반값 아파트라 화제를 모았다. 민선8기 들어 처음 공급되는 것이기도 하다.


고덕강일3단지는 지하 2층부터 지상 29층으로 이뤄진 17개 동으로 세워질 예정이다. 아파트 총 가구 수는 1305가구로 설계됐다. 전용면적 49㎡(약 21평) 590가구, 전용면적 59㎡(약 25평) 715가구로 구성돼 있다. 전용면적 49㎡ 590가구는 6월 중으로 사전예약을 진행했다.


◇ 흥행 여부는?
전용면적 59㎡ 가운데 500가구는 지난 3월에 이미 사전예약을 완료했다. 당시 약 2만 명이 몰려 평균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청년 특별공급에 대한 관심이 컸다. 청년 특별공급 물량은 75가구만 풀렸는데 8871명이 지원했다. 118 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셈입이다.


흥행에 성공한 이유로는 역시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고덕강일3단지 전용 59㎡는 추정 분양가격이 약 3억 5500만 원, 추정 토지임대료가 약 40만 원으로 공지됐다. 바로 옆에 위치한 강동리버스트4단지 전용 59㎡(6층)는 지난달 7억 4500만원에 팔렸다. 분양가격만 놓고 보면 인근 집값에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추정 분양가가 나온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청년 세대도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인데다 오래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잖아요. 전세 사기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라 이런 점이 더 눈에 띄었을 겁니다” 라고 분석했다.


서울시와 SH공사가 “타워팰리스 같이 누구나 살고 싶어 하고 부러워하는 공공주택을 만들겠다”고 계속 내세우는 것도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고덕강일3단지에 개방형 발코니, 옥상 정원 등을 함께 조성할 계획이다. 지하에는 피트니스센터, 스카이카페, 스카이도서관도 만든다고 한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앞으로 반값 아파트를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다. 내년까지 서울 전역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9000가구에 대한 사전예약을 받는 게 목표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송정역 사이 마곡지구 10-2단지와 9호선 신방화역과 마곡나루역 인근 단지 뒤편 택시차고지가 주요 대상지다.

◇ 시세 차익은?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는가는 모호하다. 고덕강일3단지는 현재 시점(6월 5일) 기준 전매제한이 3년, 실거주 의무는 5년이다. 그런데 3년이란 기한이 지나서 아파트를 팔고 싶을 때 시장에 내놓을 수가 없다. 현행법 상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팔 수 있게 돼 있다.


그렇다면 LH는 반값아파트를 얼마에 사줄까. LH에 따르면 “입주금과 그 입주금에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합한 금액을 준다”고 한다. 정기예금 이자율은 LH에 되파는 시점의 금리로 계산한다.

예컨데 고덕강일3단지를 3억 5500만원에 분양 받은 전용 59㎡를 5년이 지난 뒤 LH에 판다고 가정해보면 5년 뒤 정기예금 금리는 3%라고 해볼경우. 3억 5500만원의 3%는 1065만원이다. 5년이 지났으니까 이자를 합한 금액은 5325만원(1065만원X5년)이다. 즉 LH는 입주금 3억 5500만원에 5325만원을 더한 4억 825만원에 집을 매입하게 된다.

다만 SH공사는 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아파트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만들겠단 거죠. 물론 언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시세 차익을 가져갈 수 있게 되면 로또 청약이란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만약 법이 바뀐다고 해도 건물이 계속 낡는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시장에 팔 수 있어도 주변 시세만큼은 받기 어렵다.

◇ 주의할 점은?
본격적인 청약이 이뤄지는 시점에 분양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SH공사가 지난 3월에 받은 건 사전청약이 아닌 사전예약이다. 쉽게 말해 우선 순번 대기표를 뽑은 거다.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본 청약은 공사가 90% 정도 완료된 시점에 진행한다.


SH공사는 이 시점을 2026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부터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과연 분양가격이 3억 5500만 원일까.  요즘 금리가 높은데 건설 원자재 가격도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본 청약 때 분양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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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