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10명 중 8명, 폐업지원금 아직 못받았다

희망리턴패키지 점포철거비사업·전직장려수당 4월 지급 '0건'
소진공 "신규 지출 시스템 전환 및 인력 부족으로 업무 지연"

올해 1분기 폐업 정부 지원금을 신청한 소상공인 10명 중 8명은 아직까지 점포 철거비를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4월엔 3000건에 달하는 신청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폐업 지원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자금 집행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신규 지출 시스템 전환으로 인한 업무 미숙과 인력 부족으로 일부 업무가 지연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선 올해부터 지원금 상향 등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전 준비 부실을 지적하고 있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진공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희망리턴패키지의 일환인 점포철거비사업 신청 건수는 1만280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691건) 대비 147%, 2021년(7350건) 대비 174%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지원건수는 2679건으로 전체의 20.9%에 그쳤다. 2월부터 4월까진 9079건의 사업 신청이 접수됐지만 지원 실적은 462건이 전부였다. 지급률이 0.05%에 불과한 셈이다. 4월엔 2883건이 신규 접수됐지만 한 건도 철거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달 전체 신청 건수의 60% 중반에 달하는 건수가 지급 완료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2021년에도 1~4월 점포 철거비 지급률은 70~80%를 유지했다.

폐업 후 소상공인 취업을 지원하는 전직장려수당 역시 올해 4월까지 2454건이 신청됐지만 집행이 완료된 경우는 931건(37.9%)에 불과했다. 4월엔 738건이 새로 접수됐지만 점포철거비와 마찬가지로 한 건도 지원되지 않았다.

소진공은 저조한 지원 실적의 이유로 경영정보시스템의 교체와 심사인력 부족을 언급했다. 4월 말 소진공 경영 정보 및 지출 시스템이 새로 도입돼 5월말까지 안정화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 업무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1~2월엔 정규 직원 2명이 모든 심사를 담당해 업무가 과중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 현재는 파견인력 11명이 충원된 상태다.

주무 부처 및 집행기관의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폐업 증가 징후가 감지돼 철거비 신청 건수 급증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중기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노란우산공제의 지난해 폐업 공제금 지급 액수는 2021년 대비 24.1% 증가한 9040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노란우산공제회 출범 이래 최대 액수다. 올해 1월엔 1443억원이 지급돼 2020년 코로나19 이후 월별 폐업공제금 지원 액수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지원금 한도가 늘어난 것도 신청 폭주에 영향을 미쳤다. 대출금 일시상환 등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폐업을 선택하는 소상공인이 늘자 중기부는 올해 관련 예산을 지난해 대비 26% 늘려 점포철거비 지원사업 지원금 한도를 3.3㎡당 8만원에서 13만원(최대250만원)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소진공 관계자는 "현재 점포철거비와 전직장려수당은 결의서만 발의되면 최대 3영업일 내 지급이 완료되는 걸로 확인된다"며 "소상공인에게 직접 지원되는 비용 지출을 최우선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희망리턴패키지는 경영 애로를 겪는 소상공인의 폐업 및 재기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경영개선지원 △원스톱폐업지원 △재취업지원 △재창업지원으로 나뉜다.

점포철거비 지원사업은 폐업을 앞뒀거나 폐업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 정리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직장려수당은 폐업신고 후 구직활동 또는 취업을 완료한 전(前) 소상공인이 안정적으로 직업을 전환하도록 돕기 위해 정부가 주는 지원금이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