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갚을 돈 벌기도 벅차다”…대신 갚아준 돈 2100억원, 20대가 최다

햇살론 누적대위변제금 3조원
청년 전용상품 상승세 가팔라
못갚은 사람 중 37%가 20대

서민 전용 상품인 햇살론 대출을 받은 차주 중에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가 올해 1분기에만 2100억원 가량 늘어 누적 금액이 3조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햇살론 대위변제 대상자에 2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청년층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이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햇살론, 햇살론15, 햇살론유스 등 주요 햇살론 상품의 누적 대위변제금액은 올해 1분기 기준 2조8175억원에 달했다. 차주들은 서금원의 보증을 통해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에서 햇살론 대출을 받는다. 햇살론 대출을 받은 차주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서금원이 금융사에 우선 차주 대신 갚아준 후 차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을 대위변제라고 한다. 통상 3개월 이상 연체시 대위변제가 발생한다.


주요 햇살론 상품의 누적 대위변제금액은 지난 2020년 말 기준 1조3773억원이었지만 이후 매년 평균 6000억원 이상 늘어 지난해 말 2조6076억원을 기록했다. 대위변제금액이 늘어나는 속도는 더욱 빨라져 올해 들어선 3개월 새 2100억원이 늘어났다. 저신용자·저소득자 등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인 만큼 경기 악화로 인한 타격이 즉각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유스의 대위변제율은 최근 다른 햇살론 상품보다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대위변제율은 서금원이 보증해준 금액 중 차주들이 갚지 못한 금액의 비율이다. 대위변제율이 높을수록 차주들이 금융사에도, 서금원에도 못갚은 대출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햇살론유스는 2020년 1월 사회초년생, 취업준비생, 대학생의 생활안정을 돕기 위해 출시됐다. 출시된 첫해 대위변제율은 0.2%에 불과했지만 2021년 2.9%, 2022년 4.8%로 급격히 상승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대위변제율은 5.5%, 누적 대위변제금액은 527억원에 달했다.


현재 햇살론 상품 중에선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이 가장 높지만 햇살론유스 대위변제율이 추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햇살론유스는 1인당 최대 1200만원까지 연 4%대로 대출받는 상품이다. 햇살론15, 근로자햇살론에 비해 대출한도는 적고 금리는 더 낮다. 게다가 원리금균등상환인 다른 상품과 달리 햇살론유스에는 1~8년의 거치기간이 설정된다. 거치기간에는 이자만 납입하고 이후 7년 동안 분할상환하면 된다. 출시한지 4년 밖에 안됐는데도 대위변제율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거치기간 중 이자도 납입하지 못하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에 재직했던 30대 이모 씨는 “인원 감축 때문에 최근 직장에서 잘렸는데 햇살론유스 500만원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기존 다른 대출도 있어 몇달째 이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햇살론 대위변제 대상자가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햇살론유스의 대위변제율이 높아지면서 특히 20·30대에서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햇살론 대위변제 대상자 중 20대는 2020년 2만330명이었지만 지난해 말 4만1274명으로 두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 1분기 기준 1만3677명에 달하며 전 연령대에서 37%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많은 연령대는 30대로, 1분기 1만114명(27%)이 대상자로 집계됐다. 햇살론 대위변제 대상자는 2020년 총 7만2284명이었지만 2021년 10만9408명, 지난해 말 11만6546명으로 늘었다. 올 1분기 신청자는 총 3만7252명이었다.

윤영덕 의원은 “20대, 30대 청년들이 대출 금액이 크지 않은 정책금융 대출조차 변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주거비, 교육비 등 사회진출 부담을 완화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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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