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6억이 3억 됐는데"…'준서울' 광명 집값, 더 떨어질라

광명 집값, 지난해부터 누적 20% 넘게 하락
올해 광명서 1만3626가구 분양 채비
입주시기 몰려 집값·전셋값 동반 하락 우려
재건축 호재도 영끌족에겐 걱정거리 전락

광명 하안동에 전세를 사는 직장인 백모씨(35)는 최근 내 집 마련 고민에 빠졌다. 떨어진 집값을 보고 구축을 살지,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지를 두고서다. 백씨는 급매물을 사려 했지만, 그의 부모님은 신축 아파트 분양 이후 매매가와 전셋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만류했다. 결국 백씨는 계속 전세를 살면서 올해 광명 아파트 분양 시장을 지켜보기로 했다.

광명 집값이 대폭 하락하는 가운데 1만 가구 넘는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예상 수요를 훌쩍 웃도는 대규모 공급으로 기축 아파트 매수세가 줄어들고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광명 하안동 '주공3단지' 전용 41㎡는 지난 10일 3억8000만원(12층)에 손바뀜됐다. 가장 비쌌던 가격인 6억4500만원(9층)에 비해 41% 낮아졌다.

같은 단지 전용 36㎡도 지난 11일 2억9000만원(6층)에 팔렸다. 최고가였던 5억5500만원(10층)에 비해 47% 낮은 가격이다. 인근 '주공1단지' 전용 41㎡ 역시 이달 최고가 대비 40% 하락한 3억5900만원(2층)에 거래됐고 '주공4단지' 전용 59㎡도 지난달 최고가보다 35% 하락한 4억7500만원(2층)에 매매됐다.

광명은 지역번호 '02'를 사용하고 서울 구로구·금천구와 맞붙어 '준서울'로 분류되는 곳이다. 서울과 맞붙어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히지만, 그런데도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광명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기준선인 100이 무너진 이래 하락을 지속해 85.4까지 내려왔다. 기준선 100보다 낮아질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가격도 하락세다. 지난해 15.38% 하락했고 올해에도 3월 둘째 주까지 4.22% 내렸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누적으로는 20.18%가 떨어졌다.

올해 1만 가구 넘는 아파트가 광명에서 분양에 나선다는 점이 주택 수요와 가격을 끌어내린 주요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광명에 1만3626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올해 경기도에서 8만885가구가 분양하는데,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이 광명에 몰렸다.

내달 △'광명센트럴아이파크' 1957가구와 △'광명자이더샵포레나' 3585가구를 시작으로 '베르몬트로광명' 3344가구, '광명5R구역재개발' 2878가구 등 7개 단지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하안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광명에 분양 물량이 몰리면서 실수요자 문의가 줄었다"며 "무리해서 집을 사느니 전세로 지내면서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광명에 풀리는 분양 물량의 입주 시기가 3년 후 비슷하게 몰리면 일대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중개사는 "최근 곳곳에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데, 구축 아파트를 고려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실수요자의 경우 자금 문제를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공사비 이슈가 많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특례보금자리론 신청현황'에 따르면 대출 만기별로 △30년 상환(8조4066억원)의 신청 액수가 가장 크고 △40년 상환(4조5828억원) △50년 상환(1조1477억원) 순이었다.

기존 대출이 남은 상황에서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 새 전셋집을 구하고 분담금도 짊어져야 하는데, 최근 분담금으로 분쟁을 겪는 재건축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경우를 걱정하는 이들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향후 입주 물량이 몰리면 공급 대비 수요가 적은 상황이라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광명은 서울에 인접해 수요가 풍부하다. 시장이 회복되는 시점에서는 가격이 빠르게 오를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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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