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제, 얼마나 대단하길래” 코로나로 떼돈 번 화이자 56조원 베팅

최근 바이오업계에 엄청난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졌다. 규모로 보면 바이오업계를 넘어 경제계 전반이 주목할 만한 수준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암 치료제 개발 기업 시젠을 인수했는데, 인수 금액이 430억달러(약 56조원)에 달한다. 화이자가 코로나 백신으로 1년 간 벌어들인 돈보다 많다. 백신으로 번 돈을 고스란히 시젠 인수에 쓴 셈이다.


화이자 뿐 아니다. 국내 대표 바이오업계도 앞다퉈 뛰어드는 신기술이 있다. 화이자가 시젠을 인수한 것도 바로 이 기술력 때문이다. 바로 ADC(항체-약물 접합체, Antibody-Drug Conjugates) 기술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암 치료제 개발 기업 시젠(시애틀 제네틱스)을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화이자는 시젠의 현재 주가(172달러)보다 30% 높은 가격(229달러)에 시젠을 인수한다.

화이자는 2021년 기준 1년 간 코로나19 백신으로 44조원을 벌었다. 이번에 시젠을 인수한 금액은 1년 간 코로나로 번 돈보다 10조원 이상 더 많다.

업계는 화이자의 공격적인 시젠 인수가 ADC 기술 시장의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시젠은 ADC기술을 활용,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ADC 전문 기업이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12개 ADC 신약 중 4개에 자사 ADC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DC란 간단히 말해 암세포 등 특정 세포만 강력하게 없애는 기술이다. 강력한 살상 능력을 가진 항암화학요법과 암 세포만 표적하는 특징을 가진 치료용 단일클론 항체를 결합하는 기술이다.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인다. 특히, 기존 항암제의 경우 암세포 외에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이 상당했다. ADC 기술을 적용하면 정상세포를 제외한 암세포만 표적해 공격할 수 있다.

최근엔 ADC 기술을 적용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가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작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2)에서 엔허투의 임상 결과가 발표됐고, 높은 치료 효과에 참석자들이 기립박수를 보냈을 정도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는 글로벌 ADC 시장 규모가 2022년 58억달러(7조원)에서 2026년 130억달러(17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화이자 뿐 아니라 국내 바이오업계도 ADC 분야에 적극 진출 중이다. ADC 플랫폼 기술을 가진 국내 대표 기업은 레고켐바이오이 꼽힌다.

레고켐은 ADC 기술로만 지금까지 9건의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및 공동연구 개발을 이뤄냈다. 지난해 말 암젠과 1조6000억원 규모의 ADC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2021년엔 익수다와 1조1800억원, 소티오와 1조2000억원 규모의 기술거래를 성사시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도 ADC 개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빠르면 2024년 1분기 ADC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처럼 바이오 분야에도 유행하는 트렌드가 있는데 지금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ADC”라며 “몇 년 동안 ADC에 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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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