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패자부활전'···무순위청약·선착순 계약서 '완판'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본청약 때 분양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한 단지들이 무순위 청약, 선착순 계약 등을 통해 '완판(완전판매)'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높은 분양가와 오피스텔 등 각종 핸디캡에도 입지가 좋거나 신축 수요가 높은 곳은 실수요자들에게 선택을 받는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모든 부동산이 다같이 오르던 호황기를 지나 입지별·상품별로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양시장 양극화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본청약 때 성적이 부진해 미분양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선착순계약 약 일주일 만에 일반분양 물량(1330가구)을 모두 판매했다. 이 단지는 3.3㎡당 분양가가 2834만원으로 전용 59㎡는 7억원대, 전용 84㎡는 9억~10억원대로 책정됐다. 부동산 하락기인 점을 반영해 주변 시세보다 다소 비싸다는 평가가 많아 정당계약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였지만 선착순 계약을 개시한 지 일주일 만에 전국에서 계약자가 몰리며 남은 전 물량을 완판하는 데 성공했다.

광명에서 미분양이 났던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도 완판을 앞두고 있다. 이 단지도 당초 분양가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반분양 1631가구 중 전용 59㎡에 대한 선착순 계약을 진행했는데 최근 95%까지 계약이 이뤄졌다. 두 단지를 시공한 GS건설 측은 "장위자이는 가계약을 포함해 계약률 100%를 채웠고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95%에 달해 다음 달이면 완판이 예상된다"면서 "물량 소진 속도가 예상보다 매우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와 '강동역 SK리더스뷰' 등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리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분양가는 전용 59㎡가 6억원대, 전용 84㎡가 8억원대 후반으로 책정돼 배짱 분양가라는 평가가 많았다. 강동역 SK리더스뷰는 3.3㎡당 분양가가 전용면적 기준으로 약 3400만원에 달해 84㎡ 기준 9억~11억원대로 책정됐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두 단지 모두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SK리더스뷰 관계자는 "시장 침체기인 점을 반영해 분양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분양가를 조정했다"면서 "당초 계획보다 10% 정도 낮춘 점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 한파가 몰아치는 지방에서도 입지별로 청약 성적이 엇갈리고 있다. 우미건설이 부산 에코델타시티에서 선보인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은 전용 84㎡ 5억원대 분양가에도 12대 1에 이르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롯데건설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 분양한 '창원롯데캐슬 포레스트'도 최근 선착순 계약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이들 단지는 신축 공급이 귀한 곳에 자리해 입지적 장점을 갖췄고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교통은 물론 호수, 바다, 공원 등 조망권과 편리한 생활 인프라를 갖췄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둔화로 지난달 전국 미분양 가구가 7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입지별·상품별 차별화 장세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쌓이고 있지만 입지 면에서 우위에 있는 지역은 잔여 물량을 빠르게 해소하면서 분양시장이 양극화하고 있다"면서 "올해 선착순 계약에서 완판되는 단지들은 시장 상황이 아무리 안 좋아도 결국 유망 입지라면 수요가 받쳐준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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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