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펑펑'…눈총 산 은행들, 결국 예금금리 올린다

KB국민·신한은행 이번주 수신금리 인상'예대금리차 확대' 지적에 은행권 '백기'은행 가계대출 금리도 줄줄이 하향 조정

▲ 10일 서울시내 지하철역에 걸린 시중은행 예금금리 관련 전광판 모습. 2023.1.10/뉴스1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해 이번주 예·적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들도 수신금리 인상에 동참할 전망이다. 채권금리 등 시장금리 하향 안정화에도 예대금리차 확대와 은행권의 과도한 성과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대출금리에 이어 예금금리 조정에 나선 것이다.

1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6일 내부 논의를 거쳐 수신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지난 13일 한은의 기준금리 0.25%p(연 3.25→3.50%) 추가 인상을 감안해 조만간 대표 상품의 수신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떨어져 수신금리를 올릴 상황이 아니지만 예·적금 금리 인상 여론과 예대금리차 확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리면 다른 은행들도 순차적으로 금리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 예금금리는 잇단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지난해 11월 최고 연 5%대(1년제 정기예금 기준)를 넘어섰으나 최근 4%대로 내려왔고 일부 상품은 3%대까지 떨어졌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1년물(AAA)이 지난해 11월10일 5.117%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13일 기준 3.918%까지 떨어지면서다. 불과 두 달 남짓 만에 1.199%p의 예금금리 인하 요인이 발생한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자금시장 안정화와 시장금리 하락으로 예금금리가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를 보였다"며 "은행 입장에선 조달 비용이 낮아져 수신금리를 높여 예수금을 더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올리기로 한 건 예금금리는 내리는데 대출금리 인상은 계속되면서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예대 이율 차이가 커 서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감독을 주문하기도 했다.

시장금리 하락과 은행들의 금리 조정으로 대출금리 하락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3일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780∼7.410% 수준이다. 올 들어 연 8.110%까지 올랐던 상단금리가 일주일 사이 0.700%p 내려갔다.

우리은행이 지난 13일부터 우대금리 추가 적용과 가산금리 조정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낮췄다. NH농협은행도 오는 20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80%p 내릴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전세대출 금리를 내린 KB국민은행도 내부 검토를 거쳐 조만간 주담대 등의 우대금리 상향과 가산금리 하향에 동참할 계획이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준거금리로 삼는 변동형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는 다음주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가 16일 발표하는 지난해 12월 기준 코픽스가 예금금리와 은행채 금리 하락세를 반영해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하락세를 반영해 은행채 5년물과 1년물을 각각 기준으로 하는 고정형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도 더 내릴 전망이다.

은행권에선 당국과 정치권, 여론의 눈치를 살피다 보니 금리 결정이 왜곡되고 은행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해 난감하다는 자조도 흘러나온다. 시장금리를 거슬러 예금금리를 올리면 코픽스가 상승해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가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예금금리를 왜 안 올리냐는 지적이 많은데 수신금리를 올리면 1월 코픽스가 또 올라갈 수 있고 대출금리가 상승해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또 생길 수 있다"며 "'금리 결정에' 고민이 많다.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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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