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기 직전 주유소·골프장 매각…SK네크웍스 '신의 한수'

SK네트웍스가 수 년 전부터 본격화한 비주력 자산매각을 통한 현금확보가 현재의 고금리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차입비중을 낮춰 이자비용을 줄이고 재무건전성을 보강했을 뿐 아니라 핵심 신사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체력을 비축해 뒀단 점에서다.

10일 SK네트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네트웍스의 현금 등 자산은 9946억원이다. SK네트웍스 현금 자산 규모는 2019년 말 기준 4969억원에서 2020년 8613억원, 2021년 1조3730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340%에서 285%로 떨어졌다.


SK네트웍스의 자산재편 작업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사부문이 졌던 부채를 감축하고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저수익 사업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철강가공사업, 중국 구리광산, 중국 부동산 등이 처분됐다.

이후 국내사업에 대한 사업재편도 이뤄졌는데 2016년 패션사업부 매각에 이어 2017년 LPG사업과 유류도매사업 매각, 2020년부터 진행한 자산매각 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2020년 상반기 SK네트웍스는 당시 직영주유소 사업을 코람코와 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업에 약 1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같은 해 하반기 들어서는 서울 명동 사옥을 900억원에, 제주도에 갖고 있던 골프장(SK핀크스)을 3000억원에 매각했다. 이 1년 동안 세 건의 자산매각을 숨가쁘게 진행시키며 손에 쥔 금액만 1조70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2020년을 끝으로 SK네트웍스가 진행해온 사업 구조조정은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공교롭게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기 한 해 전이었다.

비주력이라 판단된 자산들을 매각하고 SK네트웍스가 초기 낙점한 사업은 렌탈사업이었다. 동양매직과 AJ렌터카를 잇따라 매입했다. 두 기업 모두 현금유입에 유리한 업종들로 코로나19 대유행기를 지나는데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팬데믹 기간은 SK네트웍스 워커힐 사업이 적자로 고전했을 때이기도 하다.

SK네트웍스가 적기 자산을 매각한 것은 최근 고금리기에 접어들며 재차 주목받았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020년 0.5%까지 내려갔다 2021년 하반기부터 인상을 시작, 1년 여 만인 최근 3.25%까지 급격히 올랐다. SK네트웍스로서는 자산가격 하락 전에 적당한 값에 비주력 자산을 팔았을 뿐만 아니라 고금리 시대 이자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현금을 다량 보유하고 있단 점도 재무건전성을 돋보이게 했다. SK네트웍스의 시가총액이 약 9600억원임을 감안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자산은 그 이상(9946억원)이어서 신사업 투자 여력이 다른 기업 대비 그만큼 낫다고 평가된다.

실제 지난해 말 SK네트웍스는 국내 민간 최대 급속충전기 운영업체인 에스에스차저에 대한 인수작업을 완료했다. SK렌터카가 제주도에 국내 최대 규모 전기차 충전 단지를 구축중인 점, SK시그넷이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시너지가 기대되는 신사업이었다.

특히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전환을 밝히고 디지털전환(DT),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친환경 등 다양한 분야 신사업에 투자하거나 관심을 쏟고 있다.


김웅관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평가보고서를 통해 "사업구조 재편으로 인해 과거대비 외형규모는 2017년 15조2000억원(매출액)에서 2021년 11조원으로 다소 축소됐지만 수익성이 우수한 렌터카, 가전렌탈 등 전략사업 비중이 증가해 양호한 이익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 지표는 3.5배로 양호한 수준이고 여기에 워커힐 호텔 등 보유 부동산 기반의 대체 자금조달력과 여신한도가 동사 재무융통성을 보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업구조 재편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성장 사업을 위한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SK네트웍스도 경기침체, 자금상황을 살피며 신중히 신사업에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호정 SK네트웍스 총괄사장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흐름을 잘 관리하면서 전사적인 리스크 관리체계를 고도화 하는 한편, 신규 투자에 있어서도 수익성과 유동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서 보유 포트폴리오 재평가 등 신중하고 절제된 투자전략을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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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