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던지느니…” 매물 다시 거둬들이는 집주인들

팔겠다고 내놨던 아파트 매물 회수…한 달 만에 시장에 물건 8% 감소

집주인들이 팔겠다고 내놨던 아파트 매물을 회수하면서 한 달 만에 시장에 물건이 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기 신도시 재정비 기대감 때문인지, 헐값엔 팔 수 없어 매도 계획을 보류하기로 한 것인지 시장에서는 집주인들의 속마음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28일 뉴스1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아파트 매물 건수는 5317건으로 한 달 전인 5782건에 비해 8.04% 줄었다.

일산 서구 아파트 매물 건수는 총 2767건으로 한달 전(3080건)에 비해 10.1% 줄어 경기도 내 시군구 중 감소 폭이 4번째로 컸다. 같은 기간 일산 동구 아파트 매물은 2702건에서 2550건으로 5.7% 줄었다.

일산 서구는 리모델링·재건축 선도 단지들이 모인 지역이다. 주엽역 앞 문촌16단지뉴삼익과 강선14단지두산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며 학원가가 있는 후곡마을 일대에선 통합재건축 등 움직임이 일고 있다. 1호 입주 단지인 백송마을 5단지가 위치한 동구도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공약을 내놓으며 일산 신도시 집값은 상반기 상승곡선을 그린 바 있다. 일산 서구 아파트값은 3월부터 7월까지 0.96%, 동구는 4월부터 3개월 연속 0.82% 올랐다. 전국 아파트값이 2월부터 하락세를 이어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 대책이 지연되며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8~11월 일산 동구 집값은 2.36%, 서구 집값은 3.57% 떨어졌다. 실망 매물도 늘었다. 기대감이 한창이던 지난 4월에는 일산신도시 매물 수는 4600건 수준이었지만, 10월 중순에는 6000건을 훌쩍 넘겼다.

최근 일산 신도시 아파트 매물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산 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안전진단도 완화하겠다고 하고 규제가 풀려가는 분위기가 지배적인데, 내년 초에 (1기 신도시) 특별법이 발의된다고 하니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매물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보유세 완화로 부담이 줄면서 헐값에 파느니 보유하겠다는 분위기라는 석도 있다.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가 폐지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떨어지게 돼 보유세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도 1년 더 연장된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마스터플랜 (수립)이 한참 뒤라 재건축 기대감이라고 보긴 어렵고, 이 가격에 파느니 안 판다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본다"며 "고점과 비교하면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급급매 수준이 아니면 집이 팔리지 않으니 당장은 매수 의사를 보류하겠단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마을라이프 전용면적 85㎡(2층) 매물은 이달 초 5억8000만원에 팔렸다. 최고가인 7억9800만원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싼 가격이다. 억대 하락 거래가 이어지며 이달 신고된 거래 중 신고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재정비 관련 법과 제도가 본격화되고 시장 상황이 정상화되기 전까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연착륙을 위해 전반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고금리와 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선 일부 호재만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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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