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자제" 당부에도 대출금리 '껑충'···연내 9% 돌파 가시화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주담대·신용대출 금리 모두 7% 웃돌아
한은 금리인상 기조에 '언밸런스' 당국 주문 영향 미미할 수도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급등세를 막기 위해 은행권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가계대출 금리 오름세가 쉬이 꺾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한국은행이 이번 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예정인 데다 시장금리를 좇는 대출금리를 막아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당국 압박 속 눈치를 살피면서도 이 같은 요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와 신용대출(금융채 6개월) 금리는 이날 기준 각각 연 5.29~7.17%, 6.15~7.48%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하단은 5%를 넘어 6~7%를 향하고 있고, 상단은 7% 중반대까지 치솟으며 8%를 바라보고 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 주담대가 2.7%, 신용대출이 3.8%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뛴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 등에 예·적금(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주담대·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코픽스를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코픽스는 국내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이 중 수신상품 기여도는 80%를 웃돈다. 즉 수신금리가 오를수록 대출금리도 덩달아 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신금리 경쟁을 낮춰 대출금리 급등세를 막아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당국의 이 같은 주문에도 불구하고 금리 급등세는 쉽게 가라앉기 어려운 형국이다. 한은은 이번 주 목요일(24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를 열고, 현 3%의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예정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주요 인사들은 여전히 강력한 긴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견해를 강조하고 있다. 적정 수준의 내외금리차를 유지해야 하는 한은 입장으로서는 마냥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자율 시장경쟁과 금융소비자 혜택 확대 측면에서도 은행권은 당국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당국이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고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만큼 은행은 은행채 대신 수신 확대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 당국의 이 같은 주문은 사실상 "자금조달을 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다는 것이 은행권 시각이다. 또한 경쟁력 높은 금리로 소비자를 확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논리라는 측면에서도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명분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은 최근까지 수신금리 대비 높은 대출이자를 지적하며 예대금리차 축소를 요구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당국이 상반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말 그대로 당황스럽다"며 "당국이 정책을 내놓는 심정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풀어줄 것은 풀어주면서 당국이 원하는 상황을 정책으로 실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채권도 발행하지 말고 예금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은행 입장에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를 위한 정책과 이에 대응하는 금융회사의 대응이 현실과 괴리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조달금리 상승 및 대출원가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연말께 금리는 9%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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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