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오전 기준으로 1370원을 돌파했다. 1365.0원으로 개장한 이후 주춤했다가 상승폭을 높이더니 오전 11시 15분 들어 1370.1원을 넘어섰다. 오후에도 상승세는 지속돼 전 거래일(1362.6원)보다 8.8원 상승한 1371.4원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137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시점이 지난 6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3개월여 만에 70원가량이 뛴 것이다. 최근 일주일간 환율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그 속도는 종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8월 29일 하루 만에 19.1원 폭등한 환율은 다소 진정세를 보이는 듯하다가 이달에 다시 17.3원 급등했다. 환율은 4거래일째 연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역대급 강달러와 그에 따른 원화 약세는 이미 예견돼 왔다. 코로나 장기화 속 글로벌 시장에서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일주일 새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지난주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공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행보 역시 이 같은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달러를 제외한 주요국들의 통화 약세 압력도 지속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35% 오른 109.89를 기록했다. 이는 2002년 1월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여타 통화 대비 원화의 절하 속도가 유독 가파르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원화는 달러 대비 12.75% 하락해 31개국 중 8위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외환당국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구두개입에 직접 나섰다. 윤 대통령은 환율이 1340원을 돌파한 지난달 23일 이례적으로 "치솟은 환율 때문에 국민들의 걱정이 많을 것"이라며 "달러화 강세 등 통화상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잘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역시 지난달 26일 “시장 쏠림이 발생하거나 투기적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이 같은 구두개입에도 환율 급등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1분기 환율 방어를 위해 내다판 달러만 83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역부족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사상 유례없는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나 환율 잡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관계당국은 최근 환율 추세와 관련해 잇따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8월 들어 무역수지 악화, 위안화 약세 영향이 중첩되며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하에 필요 시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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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