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러시아 ASE와 맺은 계약은 원자로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꿔주는 터빈건물 건설과 기자재 공급이 골자다. 원전의 핵심인 원자로 건설은 주계약자인 ASE가 맡는다. 한수원 계약금액은 전체 사업규모(약 40조 원)의 약 7.5%(3조 원)에 해당한다. 현재 이집트 엘다바 지역에서 원자로 건설을 위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시작됐고, 한수원은 내년 8월부터 공사에 들어간다.
앞서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한국형 원전(APR 1400) 4기(5600MW)를 짓는 바라카 원전 건설계약을 수주했다. 당시 한전은 주계약자로 원자로 건설에 참여해 계약금액이 약 21조 원에 달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다음 달에 한수원이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연다. 본격적인 발주는 이르면 올해 말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수원이 ASE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에는 무난히 계약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의 대러 경제제재가 시작되면서 러시아의 ASE도 제재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된 것. 특히 러시아 은행이 국제 금융 결제망에서 배제됨에 따라 채무 불이행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계약체결이 당초 예상 시점인 올 4월을 넘기며 수주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행히 ASE가 미국의 제재대상에서 제외됐고, 에너지 분야가 국제 금융 결제망 배제에서 빠져 한수원과 ASE의 협상이 재개될 수 있었다. 박 차관은 “미국으로부터 한수원과 ASE의 계약은 러시아 제재와 상관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계약 막바지였던 지난 달 “이집트 원전사업 성공을 위해 한국 정부와 기업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집트 대통령에 전달했다.
정부와 원전업계는 이번 이집트 원전 건설계약이 한국 원전 수출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프리카 중심 국가인 이집트가 처음 짓는 원전 건설에 참여하면서 향후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원전 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자금사정이 계속 악화되면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는 올 4월 “국채 상환을 루블화로 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달러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박 차관은 “현재 파악한 바로는 향후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위험은 크지 않다”며 “공사기간이 길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해나가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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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