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900조, OECD 주요국보다 많아...

▲ 서울의 한 은행 [사진=연합뉴스]
금리 상승기에 가계대출 규모가 꾸준히 늘면서 대출 부실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가계대출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자 부담 확대와 같은 금융 리스크가 청년층과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에서부터 터지기 시작해 결국 금융시스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3일 금융권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로 세계 36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 뒤를 이어 홍콩(95.3%), 태국(89.7%), 영국(83.9%), 미국(76.1%), 중국(62.1%), 일본(59.7%), 유로존(59.6%)이 10위권을 차지했다.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 가계부채가 주요국 가운데서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105.0%)와 비교해 0.7%포인트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영국(7.2%포인트), 미국(4.7%포인트), 일본(4.6%포인트), 유로존(2.9%포인트) 등 주요국 가계부채 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하락 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3년 가까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 국내에서는 청년층 등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한 부실 리스크가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청년층 가계대출 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취약 차주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6.9%, 잠재 취약 차주 비중은 17.1%로 대략 4명 중 1명은 취약 차주(차주 수 기준 24%) 범주에 있거나 그 경계선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초년생 비중이 많은 청년층은 소득이 낮은 가운데 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가중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 급락까지 맞물려 상환 여력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다.

금리 상승기에 채무 불이행 등 부실 가능성이 높은 '다중 채무자(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 비중 또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자 가운데 22.4%(약 446만명)가 다중 채무자로 추정되고 있고 대출 잔액 기준으로는 다중채무 비중이 31.9%로 추산됐다. 특히 금융기관 중에서는 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30대 이하, 중저소득 계층에서 다중채무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자영업자 등 한계에 이른 차주들이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 등에서 돈을 빌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그간 과도하게 늘어난 부채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동범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잉 부채로 인해 늘어난 이자 비용을 감당하려는 차주들이 소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게 되면 가뜩이나 악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가 더욱 가속화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또 한편으로는 부채에 따른 부담으로 부동산 등 자산가격 폭락에 따른 금융시스템 리스크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