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안정 취지 무색…전셋값 뛰고 '전세의 월세화' 가속화
2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 1억7900만원↑…월셋값도 올라
4년치(2+2년) 전세금을 한꺼번에 올리면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세 대란’ 대신 ‘월세 난민’이 쏟아졌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한 것이다.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계약 건수가 전세를 넘어선 이후 3개월 연속 월세 계약 비중이 50% 이상을 기록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체 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가 50.2%(10만6692건)을 차지해 전세 거래량(10만5964건)을 3개월 연속 앞질렀다.
특히 전월세 가격 급등과 함께 금리 인상, 집주인의 보유세 부담 전가까지 더해지며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임대인(집주인)과 임차인(세입자) 간 손해배상 관련 분쟁이 올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유명무실해지면서 임차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국토부는 임대차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와 함께 임대차법 손질을 준비 중이다. 임대차법 폐지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개편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세 대란이 당장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계약 갱신 시 임대료를 5% 이내 인상하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2년 거주)을 완화해주는 ‘상생 임대인’ 제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2020년 7월 말 도입된 계약갱신권을 소진한 신규 전세 매물이 8월부터 쏟아지면서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문제는 월세를 찾는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지난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보증금은 2억398만원, 월세가격은 125만8000원으로 2년 전 월세 보증금 1억2091만원, 월세 111만7000원에 비해 각각 8307만원, 14만1000원 올랐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월세 가격은 2월 125만2000원, 4월 125만4000원, 6월 125만8000원 등으로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셋값도 한풀 꺾이긴 했으나 세입자 부담은 여전하다. 임대차 2법이 통과된 2020년 7월 4억9922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년 새 1억8000만원 가까이 오른 6억7788만원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임대차 시장에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7~8월은 전통적인 부동산업계 비수기로 이사 수요가 크게 없었다”면서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해져 월세 거래가 늘어난 점을 고려했을 때 8월 전세 대란이 나타나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인 시장 불안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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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