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상한 경기침체?…"고용이 시장을 구할 수도"

▲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AP.·연합뉴스]
"고용시장이 미국 경제의 구원자가 될 수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연착륙의 희망이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생산의 하강이 가시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 침체와는 다른 탄탄한 고용시장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시티인덱스의 피오나 신코타(Fiona Cincotta) 선임금융시장 분석가는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의 팟캐스트 '왓고우즈업(What Goes up)'에 출연해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을 50% 정도로 보고 있지만, 여전히 양호한 고용시장은 경기 위축의 타격을 완화할 수 있으며, 고용시장은 미국 경제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추적하는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최근 추가로 하락하면서 침체의 도래는 시장에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은의 GDP 나우 모델로 추정한 미국의 2분기 실질 GDP 성장률(계절 조정치) 전망치는 1일(이하 현지시간) 기준으로 -2.1%로 나타났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경제생산량 감소와 실업률 증가와 함께 진행했던 과거의 침체와 최근의 침체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미국 고용시장에는 부정적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4%에서 5월 3.6%로 오히려 떨어졌다. WSJ은 "(실업률 감소는) 팬데믹 경제가 만들어낸 기묘한 궤도 속에서 발생한 이상한 반전이며, 불황을 예측하는 이들에게는 수수께끼와 같은 통계다"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경기침체 이후에는 회복기에도 실업률 증가에 시달렸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상황은 과거와 오히려 반대다. 생산은 늘고 있지만, 일자리는 아직 넘쳐난다.

6월 말 기준으로 실업수당을 받는 이들은 130만 명에 불과하다. 이는 팬데믹 이전 170만 명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2007~2009년의 경기침체 기간에는 실업수당을 받는 이들이 무려 650만 명에 달했다. 이전 경기침체에도 300만 명은 넘어섰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다소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연초보다는 오히려 줄었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WSJ에 "실업률이 낮은 경기침체가 온다면 매우 놀랄 것이다"라면서 "만약 그것이 실제로 온다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에 생기는 것이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서는 작은 침체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여부에 대한 공식적 판단을 내리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기준에 근거하더라도 경기침체 시기에는 언제나 고용시장이 좋지 않았다. 1960년 경기후퇴엔 실업률이 1.9%포인트(p) 증가했으며, 2020년 코로나19발 경기침체 당시에는 11.2%포인트나 급증했다. 세계 제2차대전 이후 12번 발생한 경기 침체시기 실업률은 평균(중간값) 3.5%포인트 증가를 기록했다. 게다가 또한 NBER이 주시하는 월별 기업 급여 측면에서도 차이는 나타났다. 모든 경기침체기에 월별 기업 급여는 약 3%씩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서 지난 5월 사이 급여가 1.6% 늘었다.

노스웨스턴대학 경제학과 교수이자 NBER의 위원인 로버트 고든은 당분간 고용과 경제생산량 사이에 이례적 충돌을 목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의미 있는 지표들은 약세를 보여 경계감은 늦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분명한 것은 비관적인 경제학자들마저 당장 몇 개월간 고용시장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6월 WSJ의 경제학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업률 전망치는 올해 말 3.9%, 2023년 말에는 4.6%에 그친다.

물론 일각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업률이 곧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숀 스네이스 센트럴플로리다대 경제예측연구소 소장은 WSJ 설문에서 2023년 말까지 실업률이 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물론 과거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측면도 있다. 일반적으로 침체기에는 재고 감소와 연관된 생산감소가 해고, 가계수입 감소, 소비지출 둔화 등 일련의 현상들이 불러온다. 지금의 침체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재고 감소가 사업의 위축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뿐만아니라 5월에는 전달보다 신규주택건설이 14%나 줄어들면서 전형적인 침체의 신호를 보였다. 이런 추세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추세가 이어지면서 계속될 수 있다. 세계2차 대전이후 대부분의 침체처럼 주택 건설이 감소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로 인한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에 비해서는 주택건설이 크게 과열되 지 않았기 때문이다.

JP모건의 브루스 카스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휘지만 부러지지는 않는 (bend-but-don’t-break)"식으로 경제가 흘러갈 것으로 보았다. 생산활동의 감소가 있기는 하지만, 고용시장이 크게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런 의견에 대해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워낙 예상치 못한 변수와 충격들이 경제에 지속해서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의 이익도 둔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익률(profit margin)이 18%로 역사적으로는 높은 수준이고 보유 현금도 많다는 점도 경기침체 강도를 낮춰줄 수 있다고 카스맨은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은 기록적인 수준의 현금 보유를 하고 있다"면서 "저성장과 지속적인 고용은 기업자들에게 이익에 대한 압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이게 침체를 완전히 불러올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보았다. 가계에도 현금은 넘쳐난다. 연준 자료에 따르면 가계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8조5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의 13조 3000억 달러보다 많이 증가한 것이다.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희망은 최근 급락한 주식시장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CNBC는 4일 "월가 최고 전문가들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연말까지 평균 20% 이상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월가 15개 기관의 전망치 종합 결과) S&P 500지수가 연말에는 평균 4627선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주 S&P 500지수의 종가는 3825.33이다. 방송은 "이런 긍정적인 전망은 미국이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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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