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 종료 시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저축은행권 대응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 건전성을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19년 3월 평균 6%에서 올해 3월 4%로 2%포인트 하락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을 의미한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지나는 동안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오히려 하락한 것은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 덕분이다. 총 3차례 연장된 이 조치에 의해 2020년 4월부터 2021년 말까지 21개월간 284조4000억원어치 대출의 만기가 연장되고 원리금 상환이 유예됐다. 이는 오는 9월 말 종료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960조원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2월 말(684조원) 대비 276조원 증가했다. 이 중 부실이 우려되는 저신용·저소득 소상공인 대출은 89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출은 심사 문턱이 비교적 낮은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에 집중됐을 가능성이 크다.
취약 차주 대출 부실화 조짐은 벌써 보이기 시작했다. 저축은행 대출을 30일 이상 갚지 못한 차주 수는 2021년 말 10만3255명에서 올해 3월 말 11만3020명으로 3개월 만에 9.4%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7만14명)에 비해서는 61.4%나 늘어났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이 ‘깜깜이’ 부실 대출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올 3월 말 저축은행 79곳의 총여신 대비 대손 충당금 적립 비율은 평균 4%다. 2019년 3월 말(5%) 대비 오히려 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필요 적립액 대비 충당금 적립 비율도 110%에서 107%로 3%포인트 낮아졌다.
이 기간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 충당금 적립 비율은 115%에서 180%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저축은행별로 천차만별이다. 삼정저축은행(3279%)·남양저축은행(1270%)처럼 10배가 넘는 충당금을 적립한 곳이 있는 반면 적립률이 100%를 밑도는 저축은행도 21개나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감원은 ‘칼’을 대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에는 최근 대손 충당금 적립 기준을 상향한 것과 달리 만기 연장·상환 유예 종료 후폭풍이 더 클 저축은행권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국제회계기준(IFRS)이 통용돼 충당금 추가 적립 요구가 가능하지만 저축은행은 IFRS를 도입한 곳이 많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저축은행업 감독 규정 제38조의 2에 따라 ‘대손 충당금을 추가로 더 적립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보고하라’고 전달했지만 해당 기준에 따라 얼마나 더 쌓을지는 각 저축은행 자율에 맡겼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기가 오면 가장 약한 고리(취약 차주-저축은행)부터 끊어지게 마련이다. 금감원은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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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