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00원 코앞…'연중 최고점' 또 갈아 치웠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며 1292원대에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295.3원까지 올라 연고점을 새로 쓰기도 했다. 시장에선 조만간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5.1원 오른 달러당 1292.4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됐던 2020년 3월 19일(1296.0원)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장이 열리자마자, 빠르게 상승폭을 키우며 1295.3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환율을 끌어올린 건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움직임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82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2~3%가량 하락하며 각각 2400선, 770선이 붕괴됐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흐름에 역송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환율이 크게 치솟았다.


그러나 점심 무렵부터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자 원화도 커플링(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1287.6원까지 내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장에서 불안 심리 등으로 과도한 쏠림이 있을 때는 관계 당국이 적절하게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점도 환율을 끌어 내린 요인 중 하나다. 이날 고점과 저점 간의 차이는 무려 7.7원에 달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선 여전히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게 원인이다. 이렇게 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에 대한 선호도는 자연스레 커진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회의에서도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달러 강세’를 촉진시켰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의 1300원 돌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이번 주 내로 1300원을 뚫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며 “글로벌 경제 전망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면서 우리나라 수출 악화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시선은 오는 22일, 23일(국내 기준) 상·하원에 출석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쏠린다. 금리 인상 속도 기대감을 키우는 발언들이 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길 확률이 높다.

일각에선 외환당국이 필사적으로 '1300원 방어'에 나설 것이란 의견도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환율 1300원선이 깨지면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외환당국이 1300원을 틀어막기 위해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승혁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외환당국이 하반기 금리 인상 속도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1300원선을 방어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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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