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와 증권 등 고위험자산 시장의 폭락 장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1년 반 만에 2800만원 선이 무너졌고, 증시는 또다시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기준금리 인상 폭과 횟수를 더 늘릴 것이란 우려가 악재로 작용했다. 당분간 분위기 반전을 장담할 호재가 없어, 투자자들의 근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14일 오후 2시 30분 기준으로 2982만원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8시쯤 3000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2896만원까지 내려갔다. 이어 11시 25분에는 2791만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는 2020년 12월 29일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같은 시간 또 다른 거래소인 빗썸에선 2983만80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규모 2위인 이더리움 가격 역시 비트코인에 동조하며 159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이날 장 중 한때는 156만원까지 저점을 낮추기도 했다.
국내 증시도 일제히 얼어붙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장 초반 큰 폭으로 하락해 연이틀 연저점을 새로 썼다. 이날 코스피는 2472.96으로 장을 시작했는데, 전일보다 31.55포인트(1.26%) 떨어진 수치다. 장 마감가는 2492.97로 코스피 지수가 2500선 아래로 떨어진 건 2020년 11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코스닥 지수도 12.52포인트 하락한 816.25에 장을 시작해 823.58로 마감했다.
지난 10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 새 최고치를 기록한 게 영향을 미쳤다. 이에 미국이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상 폭과 횟수를 더 늘린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고위험 자산’ 탈출 러시가 이어졌다. 일각에선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기준금리가 0.75%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비트코인의 경우, 일부 대형 거래소와 플랫폼이 비트코인 인출을 막으면서 시장 불안을 더 키웠다. 로이터와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 등은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전날 오후 9시쯤부터 약 3시간 동안 비트코인 인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금융당국도 긴급회의를 열고 상황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관계 기관과 합동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어 위험 요인을 면밀하게 살피고, 필요시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또 변동성이 커지면 금융시스템의 위험 요인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수시 점검의 필요성을 각인시켰다.
한국은행은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통해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 시장안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시장안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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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