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이전 상실영토 수복 불가능"..새로 빼앗긴 땅 '반환'요구 포석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이후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 전부를 되찾기 위해서 싸우는 것은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토) 네덜란드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군사적 힘으로 우리가 우리 영토 전부를 수복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토 탈환 전쟁에 나서면 '수십 만 명'이 전사한다는 것이다.


우크라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마지막 숨이 남아있을 때까지 싸운다는 것이지 결코 마지막 사람이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병사들이 몇 명이나 죽었는지에 하등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는 "사람들은 다 죽고 승리해봐야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런 건 승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런 '승리관'보다 2014년 이후 상실한 땅 모두를 수복하지는 않겠다는 발언이 앞으로 전쟁 전개 및 평화협상과 관련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와 러시아 양국은 2월24일 침공전 개시 직후부터 평화협상을 벌어왔으나 거의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그 근본적 원인은 '영토' 문제 때문이다. 러시아는 처음 만날 때부터 2014년 3월 합병한 크름반도 및 친러시아 주민이 그 해 4월 두 '인민공화국'으로 분리독립을 선언하고 푸틴 대통령이 올 2월24일 침공 이틀 전에 독립국으로 인정한 돈바스 지방의 땅 등 두 곳의 양보를 요구했다.

크름 반도 합병과 돈바스 내 두 인민공화국 분리를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은 인정하지 않고 있어 우크라가 이에 응할 리 없었다. 침공 94일 째에 나온 젤렌스키의 '상실 영토 전부 수복 불가능' 발언은 상실 영토의 양보와는 내용이 전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영토 문제에서 상당히 유화적인 자세가 엿보이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상실 영토 문제가 협상의 걸림돌이 되자 이 문제는 자신과 푸틴이 직접 만나 논의해야 될 사안이라며 이를 제외시킬 것을 주문했고 우크라 협상단은 4월 초 제안에서 상실 영토 문제를 15년 동안 논의하자고 말했다.

우크라 대통령이 상실 영토의 수복 불가를 공언한 것은 전쟁이 100일이 가까와지면서 슬슬 휴전 이야기가 서방에서 나오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러시아는 개전 초와는 달리 침공으로 상당한 우크라 땅을 점령한 상태다.

휴전이 논의될 때 우크라는 당연히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전례상 휴전은 전투 중지 조건의 현상 인정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는 크름반도와 두 돈바스 인민공화국 외에 이번 침공전에서 러시아군에 빼앗긴 루한스크주, 도네츠크주,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및 미콜라이주의 상당부분을 또 러시아에게 넘겨야 할 판이다.

우크라이나의 총 면적은 60만 ㎢이며 크름반도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및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은 합하면 4만5000㎢ 정도다. 여기에 100일이 가까와오는 현재 침공전서 러시아가 새로 차지하고 통제중인 땅은 최소 7만㎢는 된다.

우크라는 잘못하면 이전 상실 영토 포함해 11만㎢가 넘는 땅을 러시아에게 할양해야 할 처지가 될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전 상실영토 수복불가 발언을 뒤집어보면 "이전의 4만5000㎢은 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을테니 새로 차지한 7만㎢에서 완전철군해서 물러나라"는 요청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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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