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보호 위해 지난해 도입…‘계도기간 1년’ 이달 31일 종료
계약 체결 30일 이내 신고해야…보증금 변동·갱신계약도 대상
‘임대차 시장 파악 용이’ 윤석열 정부서도 현행 제도 유지할 듯
전·월세 등 임대차 계약 사실을 신고하는 ‘임대차 신고제(전·월세신고제)’의 계도기간이 이달 중 종료된다. 한 달 뒤인 6월1일부터는 계약 내용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수도권 전역과 광역시·세종·제주도·각 도(道)의 시(市)지역에 있는 주택 중 보증금이 6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월세가 30만원을 초과할 경우 임대차 계약이 신고대상이다. 세입자의 경우 전입신고만 해도 임대차 신고가 완료되고, 온라인 신고도 가능하다.
■ 보증금·월세 변동 갱신계약도 대상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임대차 신고제는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임대기간, 임대료 등의 계약내용을 신고하도록 해 임대차 시장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임차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임대차 신고제는 지난해 6월1일부터 시행됐지만 제도의 적응 기간을 감안해 정부는 1년간 계도기간을 뒀다. 계도기간 중에는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방식이다. 정부가 정한 계도기간은 오는 5월31일부로 만료된다. 6월1일부터는 임대차 신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 임대차 신고제 시행 당시 정부는 신고대상 계약을 ‘2021년 6월1일 이후 체결된 계약’으로 한정했다. 이때 특히 주의할 점은 금액 변동이 있는 갱신계약도 신고대상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2020년 6월1일에 체결된 전세계약은 지난해 신고제 시행 당시 신고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2022년 6월1일부로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이 오르거나 내렸다면 신고대상이다. 보증금이나 월차임의 금액변동이 없는 갱신계약은 신고 의무가 없다.
모든 임대차 계약이 신고대상은 아니다. 보증금 6000만원 초과 또는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계약이 신고대상이다. 이는 확정일자 없이도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임차보증금의 최소금액과 상대적으로 신고가 어려운 고시원, 비주택 임차가구의 월차임 평균액 등을 감안해 설정된 금액이다. 신고 내용은 계약당사자 인적사항, 주택유형·주소 등 임대 주택에 대한 기본정보와 임대료·계약기간 등의 계약사항으로 구성됐다. 갱신계약의 경우 이에 더해 종전 임대료,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여부도 신고하도록 했다.
신고는 임대차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 해당 주택 소재지 관할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온라인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다. 본래 신고서를 작성한 뒤 계약당사자(임대인과 임차인) 공동으로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고 편의를 위해 둘 중 한 명이 당사자 서명을 모두 받은 계약서를 제출하면 공동신고로 인정된다. 세입자의 경우 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하면 동시에 신고가 된 것으로 처리된다.
공인중개사 등 신고인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도 위임장을 첨부하면 신고가 가능하다. 신고 기한을 넘겼더라도 곧바로 과태료가 부과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계도기간 이후(6월1일 이후)에도 과태료 부과절차 개시 전에 자진 신고하면 과태료를 면제하는 등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차기 정부에서도 제도 유지 전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임대차 3법의 폐지 내지는 축소를 예고하는 중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의 경우 일괄 폐지, 혹은 축소가 예상되지만 임대차 신고제는 현행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임대차 신고제에 대해선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임대차 신고제는 세입자 보호 효과 외에도 임대차 시장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본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활용가치가 높다고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차 계약의 경우 정부 공식 집계자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신고제를 통해 지역별 임대료 수준이 얼마인지, 임대료 변동폭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대차 신고제를 통한 신고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행 직후인 지난해 7월 10만5000건이던 신고 건수는 지난해 10월 11만2000건, 12월 13만4000건, 올 3월 17만3000건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선 주민센터 등을 통해 원활하게 신고업무가 처리되고 있고, 차츰 제도 정착도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며 “다만 임대차 신고를 경험한 국민이 아직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계도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차기 정부에서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임대차 신고제의 취지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지점이다. 신고제 도입 목적 중 하나가 계약갱신청구권이 실제 얼마나 행사되는지, 임대차 상한제에서 정한 보증금 상향 한도를 지키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이 폐지될 경우 현재 신고대상인 갱신계약(임대료 금액변동 있는 경우)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신고자들이 혼동을 겪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시민단체 등은 신고제 자체에 허점이 많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국토부가 신고제 입법예고 과정에서 공개한 규제영향분석서를 보면 전체 주택의 61.9%만이 신고대상이고, 단독주택이나 고시원 등은 20~30%만 신고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제를 피하기 위해 보증금이나 월세를 신고 기준 이하로 내리는 대신 관리비를 올려받는 방법으로 이를 충당하는 등 악용 사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거주 환경이 열악한 주택 등을 고려해 신고 내용에 누수나 곰팡이 여부 등 주거 환경의 질적인 측면을 파악할 수 있는 사항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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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