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추경' 논의 탄력에 '고공행진 물가' 상승압력 우려

막대한 재원에 적자국채 발행 불가피 관측.."규모 조정해야"
뭉칫돈 유입시 유동성 증가에 물가압력↑..4% 상승률 목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대규모 돈풀기'가 안 그래도 치솟는 물가에 상승 압력을 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일단 문재인정부가 편성한 올해 본예산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적자국채 발행은 후순위로 미뤄놓는다는 방침이나, 추경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이 문제다.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지난 24일 기획재정부에 "소상공인에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히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추경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지출 구조조정 우선, 적자국채 발행 최소화 원칙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추경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위는 33조원 규모 한국판 뉴딜, 3조원 규모 직접일자리 예산, 6500억원 규모 지역화폐 등 문재인정부표 예산 삭감을 통한 재원마련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견례 형식의 첫 업무보고였던 이날 세부 수치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진 않아 추가 협의는 필요하지만, 정치권도 추경에 찬성하고 있어 '4월 추경'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본예산 집행이 시작된 가운데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수십조원을 뽑아내긴 사실상 불가능하고, 지난해 초과세수로 발생한 일반회계 세계잉여금(18조원)은 4월 결산을 거쳐 지방교부금 정산 등에 쓴 뒤에야 활용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50조원 규모를 맞추려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막대한 규모의 추경 논의에 속도가 붙으면서 5개월째 3%대 상승세를 지속 중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규모 조정 없이 그대로 추경을 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의 28조4000억원,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35조1000억원 규모 추경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이처럼 '뭉칫돈'이 시장에 유입되면 늘어난 유동성이 물가상승 압력을 가할 것은 불가피하다.

여기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배경으로 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심화 등까지 반영된다면 4%대 물가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나타난 적이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을 선행해 재원을 마련하고 추경 규모는 손실액 산정 뒤 그에 적합하게 조정해야 한다"며 "50조원은 명확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경우 물가압력이 상당히 거세지고 추가 금리인상 압박에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현 경제상황을 "인플레 압력이 상당히 높아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이 진행 중이고, 여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추가 물가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와 관련해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3일 송별간담회에서 우려를 표했다. 그는 "경기는 회복세에 있고 물가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물가압력이 생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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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