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中 리스크] 韓기업, 불확실성 삼중고에 '脫중국' 고민

매출 감소하는 중국 현지 시장…국내 기업들, '리쇼어링' 전략 가속화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전 세계 유수 기업들이 진출했던 중국이지만, 최근 몇 년 새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에는 탈(脫) 중국을 고려하는 곳도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주요 도시가 봉쇄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린성 창춘시, 산둥성 웨이하이시, 더저우시 등이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여겨지는 광둥성 선전시까지 봉쇄되며 국내 기업들도 직·간접적 영향이 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부품 공급사의 공장이 일시 중단하며 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선전시에 직접 공장을 갖고 있지는 않고, 반도체 판매법인만 두고 있다. 하지만 지문인식 모듈을 공급받는 폭스콘의 터치패널 자회사 ‘제너럴인터페이스솔루션(GIS)’이 이번 봉쇄령으로 일시 가동 중단하며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완성차 업계도 적잖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둥성 지역의 봉쇄로 전선 뭉치(와이어링 하니스)의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전선과 커넥터, 전원분배장치를 연결하는 자동차의 핵심 부품이다. 국내 부품사인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등이 산둥성 현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데, 해당 지역의 봉쇄령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며 공급이 부족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점도 진출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미국 중심의 패권 강화,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에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삼중고’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한 '탈 중국 러시'는 한층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기저효과 덕에 작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18.3%까지 올랐지만 2~4분기에는 7.9%, 4.9%, 4.0%로 떨어졌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31년 만에 최저 수준인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이는 1991년 이래 최저치다.

인민은행이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낮춰 유동성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그만큼 경제 성장 둔화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중국은 지난해 7월과 12월 지준율을 인하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중국 현지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전경련에 따르면 중국 진출 10년 이상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85% 이상이 투자환경이 과거 대비 악화했다고 밝혔다. 또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고려 중인 기업의 비중은 2020년 3.0%에서 올해 27.8%로 9배 이상 늘어났다.

현지 경영의 어려움은 실제 매출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전경련은 100대 기업 중 중국 매출 공시 30개 대기업의 대(對)중국 매출을 집계한 결과 2020년 기준 총 매출이 117조1000억원으로 2016년 125조8000억원보다 6.9%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눈부신 중국의 경제 성장률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진출 러시가 이어졌지만, 지금은 예전과 같지 않다"며 "인건비·부동산 비용 등 지출 부담 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 등 악재가 겹치면서 중국 진출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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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