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시나리오는 2030년대 초반 1위 등극
부채폭탄·고령화·양극화·국제고립 등 현실 보면 딴얘기
중국의 경제 규모가 영영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고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가 12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중국의 과거 성장세가 유지되기만 한다면 역전이 시간문제이겠지만 과도한 부채, 인구 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 국제 고립 등 최근 문제를 보면 '2인자' 자리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각종 변수를 달리해 중국 경제의 장기 전망을 '기본 시나리오', '저성장', '금융 위기' 등으로 분석했다.
먼저 현재 성장 추세를 따르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중국이 2030년대 초반이면 미국을 제칠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의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빛을 발할 거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2008년부터 급증한 부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 최악의 '금융 위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조명했다.
한때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자리를 노리던 일본 역시 과도한 부채 탓에 유동성 함정에 빠져 성장세가 꺾였다는 것이다.
미국 등 경제 선진국 일부도 부채 비율이 높긴 하지만, 이들 국가는 이미 그 이상의 소득 수준을 확보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중국과 상황이 다르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디폴트 사태에 빠진 헝다(恒大·에버그란데)뿐 아니라 레버리지 비율(채무 의존도)이 높은 다른 부동산 개발사들도 기초에 취약점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작년말 대비 헝다 주가는 88% 폭락했고, 투자상품 상환에 실패한 자자오예(佳兆業·Kaisa)도 같은 기간 주가가 4분의1로 주저앉았다.
결국 금융 위기가 발생해 중국이 저성장 늪에 빠지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미국의 경제 규모를 따라잡기 어려울 거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금융위기라는 극단적 가정을 하지 않아도 중국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마지막으로 '저성장' 시나리오에서 국제 고립과 생산인구 감소 등이 중국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한자녀 정책이 폐지됐지만, 현재 9억3천500만명에 달하는 경제활동인구는 2050년에는 6∼7억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시진핑이 3연임을 결정하는 경우 중국의 지도체제가 경제 상황의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중국이 추구하는 이른바 '공동부유'도 양극화와 빈곤이 없는 보편적 풍요를 확보하기보다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로만 작용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주장했다.
이런 경우 중국의 성장이 지지부진해지고, 미국을 제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그런 날이 오지 않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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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