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감염병 전문가들은 올해 먹는 치료제 도입과 전파력이 강하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코로나19와의 ‘공존’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8일 “치료제 보급이 시작됐고 대응 범위가 더 넓은 백신까지 나온다고 가정하면, 올해 말쯤에는 코로나 역시 독감 수준의 바이러스로 여겨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려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코로나19 향후 전망을 밝게 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이날 “미국의 경우 오미크론 확진자 규모가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고 본다”면서 “당장은 감염자 폭증 사태 우려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높기 때문에 마스크를 잘 쓰고 가볍게 감염된다면 코로나가 감기처럼 토착화 되는 상황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봤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전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072명 늘어 누적 확진자 수가 70만102명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한 이후 2년 만에 누적 확진자가 7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년간은 불안과 희망, 위기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유례 없는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전세계가 마비되며 사태가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가 내놓은 ‘백신’은 전세계에 다시 희망을 품게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2월 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됐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403일 만이다. 이어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사와 모더나사가 내놓은 mRNA 기반 백신이 공급되면서 신규 확진자 규모 감소에 도움을 줬고,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정부의 백신 접종률 목표 역시 기존 계획대로 이뤄지면서 전 국민의 70%인 3600만명 1차 접종 목표를 접종 시작 203일 만에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백신 접종률이 급속도로 올라가면서 확진자 감소 추세가 이어졌으나 전파력이 더 강한 변이 바이러스 ‘델타’의 등장으로 위기 상황은 다시 반복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길어진 거리두기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감염 확산세가 무섭게 퍼지면서 지난해 7월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이후 세계적인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도입 기조에 맞춰 우리나라 역시 11월부터 일상으로의 회복을 준비했다가 느슨해진 방역 체계와 새 변이인 오미크론 등장까지 이어지면서 확진자 폭증과 함께 병상 부족 사태까지 겪었다. 정부의 성급한 일상회복 조치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면서 K-방역의 위상이 더욱 무색해지기도 했다.
올해는 먹는 치료제가 코로나19 사태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3일 국내에 처음으로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2만여명 분량이 도입돼 현재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재택치료 기본화’ 방침에 따라 환자 스스로가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의료체계 부담 역시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새 변이인 오미크론의 등장은 위험성이 큰 변수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주말이면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를 제치고 감염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우세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주간 단위로 집계하는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현황에 따르면 1월 2주 차(1월 9~15일) 국내 감염 유전자 감시 분석 전체 4933건 중 델타가 73.3%(3617건), 오미크론이 26.7%(1316건)로 나타났다.
정부의 방역패스를 둘러싸고 혼선도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전국의 학원, 독서실 등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중지시킨 데 이어 서울 지역 대형마트와 백화점 방역패스 효력 중단,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 중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위험도가 낮은 전국의 독서실, 도서관, 영화관 등 6종의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를 18일부터 해제했지만, 정소년 방역패스 중지에 대해서는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중대본은 “서울 지역에서 집행이 정지된 청소년 방역패스와 관련해서는 서울시와 즉시 항고할 예정”이라며 “3월 전에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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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