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마지막 구속기간 갱신…2월 만료
건강 외에 '압수물 증거능력' 판례도 언급
전합 "압수한 PC분석, 실소유자 참여해야"
조국 1심 "소유자 불분명, 피압수자 참여"
증거능력 상실땐 '입시비리' 판단 바뀔수도
"현재까지 구금일수보다 형량 적어질수도"
입시비리 혐의의 핵심 증거 중 하나인 동양대 PC의 증거 사용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 전 교수로서는 만약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1·2심보다 적은 형량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전 교수 측은 전날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에 보석을 청구했다.
그런데 정 전 교수의 구속기간은 오는 2월께 만료된다. 형사소송법 92조는 피고인을 구속 상태에서 계속 심리할 필요가 있을 때 구속기간을 2개월씩 2회 갱신할 수 있도록 하는데, 상고심의 경우 특정 사유가 인정되면 최대 3회까지 갱신이 가능하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께 정 전 교수의 구속기간을 한 차례 갱신했다. 이후 대법원이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정 전 교수의 구속기간을 갱신했다. 항소심이 상고심을 대신해 구속기간을 대행갱신했으므로 정 전 교수의 구속기간은 더 이상 갱신될 수 없다.
이처럼 정 전 교수는 구속기간 만료로 인한 석방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굳이 보석을 청구하고 나선 것이다.
법조계에선 정 전 교수 측이 1·2심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법원에 보석을 청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 전 교수 측은 건강상의 이유 외에도, 압수물의 증거능력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례를 언급하며 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김상연·장용범)는 지난달 재판에서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있던 PC를 증거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은 해당 PC에서 조 전 장관 딸의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증거를 찾았고, 이는 정 전 교수의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쓰였다. 그런데 조 전 장관 1심 재판부가 전합 판례를 확장해 이 PC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이다.
지난해 전합은 휴대전화나 PC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 소유자인 피의자가 참여해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나 PC를 소유자가 아닌 잠시 가지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임의제출을 받았다고 해도, 반드시 실제 소유자에게 압수물 분석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정 전 교수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동양대 PC의 경우 대학과 조교가 이를 관리하면서 점유하고 있던 것은 맞지만, '정 전 교수 소유'라고 보긴 힘든 탓이다. 강사휴게실에 있던 PC인 만큼 모두가 사용할 수 있어 수사기관으로선 실제 소유주를 특정하기 어렵다.
조 전 장관 1심 재판부는 소유자가 불분명한 경우 '실질적인 피압수자'인 정 전 교수에게까지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확대 적용한 것이다.
만약 대법원이 조 전 장관 1심 재판부와 같은 취지로 해석한다면, 정 전 교수가 1·2심에서 유죄로 인정받은 판단이 대부분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엔 적어도 정 전 교수에게는 1·2심에서의 징역 4년보다 적은 형량이 선고될 수 밖에 없다.
정 전 교수로서는 이미 2년 넘게 구속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이보다 적은 형량이 최종적으로 확정될 경우를 언급하며 석방될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 전 교수 입장에선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수많은 사건이 무죄가 돼 형량이 줄 것"이라며 "지금까지 채운 미결구금일수보다 실형으로 선고될 날짜가 더 적으니 풀어달라고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정 전 교수 측은 현재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수감생활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4일 재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에 도착해 거실로 이동하던 중 쓰러져 외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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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