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차들은 알뜰·직영 주유소로만 몰렸다

석유公 지원 알뜰, 인하분 즉시 반영
자영주유소와 ℓ당 최대 300원 차이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이 시작된 12일 서울 시내 주유소 간의 온도 차는 컸다. 줄 이은 차들로 북새통을 이룬 주유소가 있는가 하면 파리만 날리는 주유소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한국석유공사의 지원을 받은 알뜰주유소와 자영주유소 간의 차이가 극명했다. 서울 동대문구, 성북구 내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은 주유소마다 리터당 1600원대부터 1900원대까지 다양했다. 가격 차이는 300원 정도 차이가 났다.

다만 유류세 인하가 하루 지난 13일부터는 차량 몰림 현상이 덜했는데 유류세 인하 정책이 6개월간(2022년 4월 30일까지) 지속하는 만큼 주유를 서두르는 차량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알뜰주유소는 직영주유소, 자영주유소보다 하루 이른 11일부터 유류세가 인하된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받았다.


앞선 9일 석유공사는 각 알뜰주유소에 공문을 보내고 12일부터 유류세 인하분을 기름값에 즉시 반영하면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해당 공문에는 알뜰주유소의 경우 10일부터 주문하는 기름에 유류세 인하분이 적용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석유공사의 혜택으로 인해 전국의 알뜰주유소는 어떠한 손해도 없이 12일 유류세 인하분을 즉시 반영할 수 있었다.

국내 정유사 4사(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역시 정부의 정책인 만큼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12일 즉시 유류세 인하분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정유사 4사의 직영주유소는 알뜰주유소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보였다.

문제는 자영주유소였다. 유류세 인하 정책 이후에도 1800~1900원대 가격에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이는 현재 기름통에 남은 기름이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되지 않은 기름이기 때문이다.


한국석유유통협회 등에 따르면 자영주유소의 경우 이번 주부터 기름통을 비운 순으로 유류세 인하분을 적용할 예정이다. 자영업자들로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기름을 팔든지, 기름통이 비워질 때까지 기다리든지 선택해야 했다.

서울 시내 한 자영주유소 사업자는 “자영주유소 사장들 사이에서도 손님을 너무 뺏길 거 같으니 손해 보더라도 일단 낮추자는 사장이 있는가 하면,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기름통이 비워지길 기도하는 사람도 있다”며 “알뜰주유소와 너무 차별이 심한 것 같은데, 이럴 거면 전국 모든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하지 왜 자영업자들이 장사하게 두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석유공사는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한 알뜰주유소에 공급가격을 추가로 할인해 주거나 저가물량을 추가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업계에서는 유류세 인하 정책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소정이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와중에 일부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이 가격 담합 시도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이 11일까지 점진적으로 가격을 올렸다가 12일부터 가격을 내려 유류세 인하분을 즉시 반영한 것처럼 연출하고 인센티브와 이익을 모두 챙기자고 모의한 대화가 담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사진이 업계에 돌기도 했다. 현재 석유공사는 해당 내용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적발 시 강력한 제재를 한다는 방침이다.

김상환 석유유통협회 실장은 “알뜰주유소 자체가 정부가 불공정을 초래한 시장개입인데 유류세 인하 정책에서도 자영업자와 차별을 두는 것은 장사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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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