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직을 내려놓지 않고 국정감사 정면돌파를 선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열리는 경기도 대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를 끝으로 야당이 별러왔던 '대장동 국감' 고비를 넘기게 된다.
다만 이 후보에게는 '원팀 구성'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국감을 끝으로 지사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인 대선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그 지지자들을 통합하는 데 실패할 경우 본선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대상 국토위 국감에 참석해 '대장동 국감' 2차전에 나선다. 지난 18일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이 후보가 야당에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날 국감도 무난하게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후보는 국감 이후 지사직 사퇴 절차를 밟고 본선 채비에 나선다. 앞서 이 후보는 지사직 사퇴 시점에 대해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면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적절한 시기에 하겠다"고 언급했다.
당내에서는 이 후보가 이르면 내주 지사직을 내려놓은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하는 등 본격적인 본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당 지도부도 이에 맞춰 선대위 구성에 속도를 올린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전에 선대위를 출범시킬 필요가 있다"며 "내달 초에는 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만큼, 야당보다 먼저 본선 준비를 끝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같은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전 대표 측과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전 대표의 '경선 승복'에도 측근들은 이 후보에 대한 반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이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이 후보의 각종 의혹을 언급하며 "일부 정치인이 '원팀'이라는 이름으로 당원과 지지자에게 승복을 강요하는 언사를 더러 목격한다. 더는 이런 언급을 하지 말라"고 원팀에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 캠프 공보단장이던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이 후보를 향해 "'이재명은 합니다', 맞는 말이다.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나라도 기꺼이 팔아먹을 사람"이라고 쏘아붙이면서 경선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 후보와 당 지도부 입장에서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급선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대선후보 양자대결에서도 이 후보가 야당 후보에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 지지층을 통합하지 않고서는 본선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5~16일 실시한 '차기 대선 가상대결'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3.1%p)에 따르면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에서 이 후보는 35.4%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37.1%)에 뒤처졌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의 대결에서도 이 후보는 34.6%로 홍 후보(35.9%)를 앞서지 못했다.
당 지지율도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12∼15일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p)에서 민주당은 29.5%로 국민의힘(41.2%)에 11.7%포인트(p) 격차로 밀려났다.
경선 이후 컨벤션 효과가 없었을 뿐더러 대장동 사건과 지지층 간 갈등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 후보와 당 지도부는 경기도 국감이 끝나는 대로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 원팀 구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후보가 지사직을 사퇴하면 선대위도 이달 말, 아니면 다음달 초에는 꾸려야 한다"며 "이 후보나 송 대표가 이번 주말을 전후해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하지 않겠냐. 빠른 시일 내에 만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의 바람과 달리 이 전 대표는 한동안 침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지만 측근들은 이 전 대표가 행보를 재개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무효표 논란'의 불씨가 이 전 대표 지지자 사이에서 꺼지지 않고 있는 만큼 일부 지지자들의 이재명 후보 결정 효력 정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뒤에야 이 전 대표가 이를 명분으로 움직일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했지만 계기가 있어야 한다"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