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핵심 단서.. 정회계사 녹취파일 갈수록 파괴력

"얼마 받기로 했나" 따지는 장면도
배당수익 분배 방안 논의 많아
검찰, 언급된 인물들 순차 소환

▲ 연합뉴스
검찰 강제수사 착수 4일 만인 지난 3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1호 구속자’가 나온 데에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로 알려진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파일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기재한 8억원의 뇌물 혐의도 이 녹취파일 속에 단서가 있었다고 한다.


법조계는 당분간 검찰이 이 녹취파일에 언급된 당사자들을 순차적으로 불러 자료 신빙성을 검증하리라고 본다. 이 작업이 곧 대장동 사업 의혹의 한 축인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일이다.

총 19개로 알려진 정영학 녹취파일에 담긴 주된 장면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측의 거액 배당수익이 확인된 이후 분배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이다.


관련 인사들이 회의를 열어 발언한 내용, 식사 장소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이 녹취됐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전날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농담으로 주고받은 게 녹취가 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을 향해 “우리 후배한테도 반 줄까”라고 말하자 “그럼 주세요”라고 답한 것이 ‘개발이익 700억원 약정’ 사실로 전해졌다는 항변이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의 구속이 보여주듯 검찰에 제출된 녹취파일 속 정황 모두를 농담이나 사업 덕담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유 전 본부장 측이 “김씨와 정 회계사 간 다툼을 중재한 내용이 녹취됐다”고 스스로 밝혔듯 녹취록에서는 돈을 둘러싼 진지한 다툼도 드러나고 있다. 방대한 내용 속에서는 일부 인사가 다른 이들을 상대로 “김씨로부터 얼마를 받기로 했느냐”고 따지는 장면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다른 곳에 먼저 써야 할 경비가 있다는 식으로 난색을 표하는 장면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녹취파일은 당연히 중요한 증거”라고 했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출석을 요구하며 제보받은 내용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녹취록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 가운데 하나인 유 전 본부장은 신병을 확보했고,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서도 소환해 조사를 했다. 물론 관련자들의 대화 과정에서 행위의 성격이나 금전 액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화천대유 핵심 관계자가 다른 이에게 “안고 가라”며 사라진 내부자금 83억원의 책임을 전가했다는 내용이 녹취록에 담겼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화천대유 측은 “그런 언급을 하거나 들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녹취파일의 진위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자료의 파괴력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많은 문제성 내용이 자료 속에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자료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김씨 측은 “모든 계좌의 입구와 출구를 조사해 자금 흐름을 빠짐없이 규명한다면 객관적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녹취 내용은 우리도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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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