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서 '치명적 수준' 방사선 측정

사람, 1시간 만에 사망할 농도
피폭 위험에 해체작업 어려울 듯

▲ 지난 2월 후쿠시마 제1원전에 오염수를 보관하는 탱크들이 빼곡하게 설치돼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격납용기 상부에선 최근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강력한 방사선이 측정됐다. AP뉴시스
2011년 동일본대지진 폭발 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 제1원전 격납용기 상부에서 1시간 만에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한 방사선이 측정됐다. 일본 당국의 예상을 초과하는 수치여서 해체 작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1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원자로 격납용기를 덮고 있는 뚜껑의 표면 근처에서 시간당 1.2㏜(시버트)의 방사선량이 확인됐다고 전날 발표했다.

노심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차단하기 위해 3장을 겹쳐 설치한 원형 뚜껑은 각각 직경 약 12m, 두께 약 60㎝의 철근 콘크리트로 제작됐다. 규제위와 도쿄전력이 지난 9일 원격 로봇으로 첫 번째 뚜껑 표면에 7㎝ 정도 구멍 2개를 내고 선량계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 중앙쪽 구멍 깊이 4㎝ 부근에서 시간당 1.2시버트의 방사선량이 측정된 것이다.

규제위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뚜껑 사이에 사고 당시 유출된 방사성 세슘이 대량으로 부착돼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전체 오염원 선량은 시간당 10시버트일 것으로 추정했다. 사람이 1시간가량 10시버트에 노출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번 실제 측정 결과에 비춰볼 때 오염원의 방사선량은 예상보다 많은 시간당 수십 시버트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폐로 작업도 쉽지 않다. 방사선량이 심각한 수준인데다 격납용기 뚜껑도 하나에 150t에 육박해 해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 원자로를 분해해 안전한 장소로 옮기고 핵연료를 꺼내 처리해야 하는데, 피폭 위험 등으로 핵연료를 꺼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고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폐로 작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두 번째와 세 번째 뚜껑 사이에도 오염물질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도쿄전력은 “심한 오염 부위가 있는 것을 전제로 공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사히는 “폐로 작업 계획의 변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은 향후 20~30년 안에 폐로 작업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전날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처리 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는 필터 25개 중 24개가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쿄전력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건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을 위험성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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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