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60조 육박… 채무비율 6년 만에 54.7%로 상승
고용보험기금 재정도 악화… "다음 정부 빚과 함께 시작" 지적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예산이 확장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 추가 확대를 요구하면서 당정 갈등을 예고했다. 수입 확보 방안이 고려되지 않은 확장재정을 유지하면 국가채무와 고용보험 등 기금 적자도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 건전성 악화는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신중하게 다뤄야 하지만, 대선 등이 예정된 상황에서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건전성 확보 방안은 다음 정부로 떠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민주당과 정부는 9월 3일 예산안 국회 제출을 앞두고 당정협의에 들어갔다.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예산안 규모가 600조원이 넘지 않도록 조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에서는 추가 재정 확대를 요구 중이다. 최근 정부가 대통령에 보고한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 대비 7.5%가량 증가한 600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서는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후 올해 정부 예산이 605조원인 점을 언급한다. 본예산이 아닌 2차 추경을 기준으로 600조원이 훨씬 넘는 예산 편성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에 대해 "아직 내년도 예산 총지출 규모는 정해진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정부의 '2020~2024년 중기재정계획'에 따른 연평균 지출증가율은 5.7%였다. 그러나 이미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작년 대비 증가율은 8.9%를 기록했고 2차 추경을 기준으로는 두 자릿수를 넘어선다.
총지출이 총수입을 넘어서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가채무비율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8년 35.9%였던 국가채무비율은 2024년에는 54.7%로 상승한다. 전체 국가채무 규모도 내년 1000조원을 돌파해 2024년에는 1260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재정 확대 규모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기금재정의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코로나19로 실업급여 지급액이 늘어나면서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악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재정건전화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노사 간 갈등으로 고용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릴지도 결정하지 못하는 상태다.
결국 다음 정부는 국가채무에 대한 부담과 사회보장기금 적자를 충당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시작하게 된다. 만약 차기 정부가 기본소득 등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중기재정계획을 수정할 것이며, 나랏빚은 급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10개월째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누적된 만큼 지금 당장은 재정을 대폭 삭감하기 어렵다는 데는 동의했다. 다만 재정이 피해를 본 계층에 지원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늘어난 채무를 어떻게 줄여 나갈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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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