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2020 우여곡절 끝 개막...스가, '선거 생존' 위해 유관중 전환할까?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사진=AP·연합뉴스]
23일 우여곡절 끝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2020'이 개막한다. 그러나 일본 전역에서 코로나19 제5차 재유행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림픽 선수촌 입주자를 포함한 대회 관계자의 감염 사례가 속속 나오며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불안감은 이어지고 있다.

20일 A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이날 도쿄의 한 5성급 호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비공개 회의에 참석해 "일본이 안전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이어 "전 세계가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우리(일본·IOC)가 올림픽 개최에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런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역시 "전 세계 사람들이 일본 국민의 (올림픽 개최) 성공을 칭찬할 것"이라면서 "IOC는 선수들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올림픽 취소는 절대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1일 아사히신문은 바흐 위원장은 해당 회의에서 도쿄올림픽 개최 성공을 의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바흐 위원장은 "지난해 올림픽 개최 연기를 결정한 뒤 15개월 동안 매일매일 매우 불확실한 결정을 내려야 했으며,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면서 "먄약 이를 솔직하게 말했다면, 우리의 의심(도쿄올림픽 개최 실패)은 실현됐을 것이며, 올림픽은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날 무토 토시로 조직위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며 더 많은 선수들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개막식에 불참하는 후원사가 더 많아질 경우 올림픽 취소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5자 회담을 다시 소집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가 총리와 일본 정부는 연일 올림픽 강행을 밀어붙이고 있다. 매달 역대 최저 내각 지지율을 경신하고 있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성공만이 오는 9월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에서 지지율 하락세를 뒤집을 '살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스가 총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일본판과의 대담에서 스가 총리는 "올림픽 개최 취소는 쉽고 편안한 길이지만, 정부의 역할은 도전하는 것"이라면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일단 국민들이 TV를 통해 올림픽을 본다면 마음이 달라질 것"이라고 발언해 입방아에 올랐다. 같은 날 일본 정부 역시 오는 8월 24일 개막하는 도쿄패럴림픽은 유관중 경기로 개최할 수도 있다고 밝혀 조직위와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전날인 21일까지 올림픽 선수촌(이달 13일 개장)에 투숙하는 대회 참가 선수의 코로나19 확신 사례는 5건으로 늘었고, 전체 대회 관계자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75명으로 늘었다.

일본 전체의 코로나19 확산세도 거세다. 22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전날 하루 동안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를 4943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한 주 전인 지난 14일(3191명)보다 1752명이나 급증한 수치다.

앞서 일본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선 경우는 지난 1월과 5월 각각 2·3차 비상사태 발효 당시 두 차례였으며, 지난 5월 22일(5037명)을 마지막으로 아직 5000명을 넘어선 적이 없다.

대부분의 올림픽 경기가 치러지는 장소이자 일본 최대 코로나19 확산지인 수도 도쿄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일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전문가 자문회의 대표인 오미 시게루 코로나19 대책 분과회 회장은 니혼TV에 출연해 올림픽의 영향으로 도쿄도의 신규 확진자가 오는 8월 첫째 주에는 하루 3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오미 회장의 코로나19 확산세 전망이 대체로 정확했던 데다, 도쿄도의 하루 최다 확진자 기록인 지난 1월 7일 2520명을 넘어선다는 전망에 도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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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