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화이자 교차 접종’ 괜찮나···해외 연구선 “항체 형성 10배”

국내서 40대女 의식불명, 경찰관 사망 사례 나와
안정성·효능 등 각국 보건당국 입장 달라

▲ 국내에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자 중 50세 미만 희망자에 한해, 화이자 백신으로 2차 접종을 하는 교차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지난 5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자 중 50세 미만 희망자에 한해, 화이자 백신으로 2차 접종을 하는 교차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수급 계획이 미뤄지면서 물량 부족이 예상되자 방역당국이 교차 접종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교차 접종한 50대 경찰관이 2차 접종 후 사흘 만에 숨진 가운데, 백신을 교차 접종한 아내가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못 찾고 있다는 남편의 국민청원까지 올라와 시선이 쏠린다.

백신 접종의 안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교차 접종에서도 부작용 사례가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는 현재 교차 접종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AZ→화이자 교차 접종’ 후 의식불명·첫 사망 사례 나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22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1차 접종자는 총 1658만3044명으로,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5134만9116명)의 32.3%에 해당한다.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사람은 전체 국민의 13.1%로 총 672만3004명이다. 이 중에서 교차 접종자는 77만5830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교차 접종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접종 후 의식불명, 사망 등의 사례가 보고돼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교차 접종과의 연관성은 규명되지 않았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 백신 교차 접종 후 심정지 상태인 아내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의 아내 B씨(48세)는 지난달 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지난 6일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했다. 이후 8일 B씨는 구토와 설사, 가슴 조임, 몸살 증상을 호소했다.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B씨는 11일 경남 창원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심장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설명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기저 질환 없이 건강한 삶을 살아왔다. 지난달 함안보건소에서 신체검사를 받았을 때도 건강에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백신 교차 접종 후 첫 사망 사례도 나왔다.

경북 칠곡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새벽 2시쯤 칠곡 북삼읍 한 아파트에서 구미경찰서 인동파출소 C경위(52세)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C경위는 지난 4월28일 구미 한 의료기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 접종했다. 이후 지난 17일 화이자 백신을 2차 접종한 지 사흘 만에 사망했다.

배경택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22일 브리핑에서 교차 접종 사망 사례에 대해 “교차 접종의 첫 (사망) 사례일지라도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에서는 엄중하게 생각을 하고, 그 부분들은 검토하고 조치를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방역 당국은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교차 접종에 대한 정보를 더 신속하고 명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교차접종을 마친 접종 완료자에 대한 안전성, 효과에 대한 결과를 조속히 발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방역 당국은 사망 사례와 관련해 “현재 심층역학조사와 부검을 진행중이다”라며 “추후 역학조사와 부검결과를 통해 추정사인 및 인과성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독일·스페인 등 교차 접종 허용···미국·영국은 “권장하지 않아”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신 교차 접종은 동일한 백신을 2회 맞는 것보다 더 높은 면역 효과를 보인다.

학술지 ‘네이처’에 수록된 독일 자를란트대 연구 결과,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교차 접종자가 아스트라제네카 2회 접종자보다 항체가 10배 이상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옥스퍼드대 임상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 간 교차 접종을 할 경우 높은 면역 반응이 나타났다.

스페인에선 18~59세 441명을 대상으로 1차 아스트라제네카, 2차 화이자 교차 접종을 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1회 접종 때보다 결합 항체는 30~40배, 중화항체는 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각국의 방역 당국은 교차 접종을 두고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긴 어려워 보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청(CDC)은 화이자, 모더나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과 다른 백신 간 교차 접종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교차 접종이 효과가 있다는 기존 연구의 실험 표본이 너무 적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교차 접종에 대한 각 나라의 방침이 보유 물량에 따라 엇갈리는 점도 눈에 띈다.

백신 생산국인 미국은 교차 접종을 권장하지 않는다. 영국에서도 1,2차 접종에서 동일 백신을 권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만일 백신이 부족한 경우에 한해 교차 접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차 접종에 관한 연구 결과 중 하나가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내놓은 것인데, 정작 영국은 동일 백신 접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반면에 백신의 수급량이 부족한 독일·스페인·프랑스·캐나다 등에서는 교차 접종을 허용하고 있다.

교차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해외 결과도 주목된다.

영국에선 교차 접종 연구 결과 이상반응 신고 비율이 34%(110명 중 37건)로 10~21%인 단일 접종 사례보다 증가했다. 다만 피로도, 주사부위 통증, 오한, 두통 등 일반 부작용들로 심각한 이상반응은 없었다. 스페인에서도 비슷했다.

독일에선 화이자 2회 접종군보다는 전신 이상반응 발생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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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