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기준 없이 자체 정책에 따라 잡코인 정리
상폐종목 제각각…가격 급등락 피해 투자자가 떠안아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이 석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거래소들이 ‘잡코인’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들이 뚜렷한 기준 없이 자체 정책에 따라 갑작스러운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가격 급등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오는 28일 가상화폐 코모도(KMD) 등 24종을 상장폐지할 방침이다. 해당 코인들은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지 일주일 만에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대부분이 사업 계획과 기술력을 검증받지 못한 일명 ‘잡코인’이다. 업비트는 이들 코인의 거래 지원을 종료하더라도 이용약관 18조 5항에 근거해 공지게시 시점으로부터 30일이 지나는 7월 19일까지 출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업비트는 지난 11일 코인 5종의 원화 마켓 페어 제거(원화 거래 정지) 결정과 함께 25개 코인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달에 업비트에서 상장폐지된 코인은 총 29종에 달한다.
다른 거래소들도 잡코인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빗썸은 지난 17일 애터니티(AE), 오로라(AOA), 드래곤베인(DVC), 디브이피(DVP) 등 4종을 상장폐지하기로 결정, 다음달 5일 거래를 종료할 예정이다. 빗썸은 아픽스(APIX), 람다(LAMB) 등 2종의 경우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해당 코인의 거래 지속 여부는 한달여 후 최종 결정된다.
후오비코리아와 지닥 역시 거래소 이름을 딴 코인인 ‘후오비토큰’과 ‘지닥토큰’을 포함해 각각 1개, 9개의 코인을 상장폐지했으며, 포블게이트도 이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11종의 코인을 거래 중단했다.
늦은 밤 기습적으로 상장폐지 결정 소식을 알려 투자자들의 원성을 산 곳도 있다. 코인빗은 지난 15일 밤 10시 이후 코인 8종의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했으며, 36종은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코인빗에 상장된 코인(70종) 중 절반이 넘는 코인에 대해 점검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거래소마다 상장폐지 종목이 달라 한 거래소에서 일방적으로 코인 거래 종료를 결정하더라도 다른 거래소에서는 문제없이 코인 거래가 이뤄져, 급등락의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가상화폐는 주식과 달리 거래소 단위로 거래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가상화폐라도 거래소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하며, 상장된 코인 종류도 모두 다르다. 이에 따라 특정 거래소에서 코인 상장폐지가 결정되더라도 해당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는 코인 투자자들은 관련 소식을 늦게 접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거래 종료를 결정한 거래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져 큰 폭의 가격 변동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예고 없이 진행되는 코인 상장폐지 결정에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셈이다.
일례로 업비트가 지난 11일 상장 폐지한 ‘옵저버’는 현재 빗썸과 코인원에서 지속 거래되고 있다. 업비트의 거래 종료 결정 당일 해당 코인은 업비트를 통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44% 이상 폭락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들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내부 기준 미달'이라는 이유로 갑작스런 상장폐지를 공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전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상장한 후 일년이 채 안 돼 상장폐지를 결정한 경우도 있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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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